美 CIA요원, 우방국서 추방…첩보수집 들통 망신

  • 입력 1997년 3월 31일 09시 33분


[워싱턴〓홍은택 특파원] 냉전종식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최근 전통적인 우방국에서 추방당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 정부가 산업기밀을 빼내기 위해 정부관리를 매수하려던 CIA요원을 추방한 이래 최근 몇달 사이 로마와 뉴델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이는 지난 95년 프랑스 정부가 CIA 산업 스파이를 적발, 공식적으로 스파이활동 중단을 미국에 요구한 이후에도 CIA가 계속 우방국에서 첩보활동을 벌여온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이와 관련, 미국내에서는 냉전이 끝나 효용가치가 떨어진 CIA가 외교적 치욕까지 당하게 된데 대해 강력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화이트 국제정책연구소장은 엘살바도르와 파라과이에서 대사로 근무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최근 「너무 많은 스파이, 너무 적은 정보」라는 제하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CIA가 우방국에서 철수, 워싱턴에서 정보분석업무에 치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사관내 CIA요원의 신분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대통령령에 따라 미국 대사관에 상주하는 CIA요원의 수가 합법적인 외교관보다 더 많다고 폭로했다. 화이트는 외교관이나 영사들이 주재국의 사회 각계각층 지도자들을 만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빼내기 위해」 CIA요원들이 불필요하게 많은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CIA는 인권 유린이나 테러 등의 중죄에 연루된 세계 각국의 정보원 1백여명을 포함, 1천여명의 유급정보원들을 「정리해고」해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최근 우방국에서 요원들이 잇따라 색출된데 대해 CIA측은 냉전종식 이후 베테랑급 요원들이 대거 조직을 떠나 미숙련 요원들이 작전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과도기적 문제」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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