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정동우특파원]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에 피신해 있는 북한노동당 비서 黃長燁(황장엽·74)의 신병처리와 관련, 중국에 대해 한국은 황을 서울로 데려가도록 협조해주는 대가로 △중국과 대만의 통일문제에 적극 협조 △경제협력 등을 제시했으며 북한은 황을 넘겨주는 대가로 중국과 다소 소원했던 관계의 전면 개선을 제의했다고 홍콩의 외교소식통과 일부 언론이 14일 전했다.
홍콩의 빈과일보는 이날 황의 신병처리문제를 둘러싸고 현재 남북한이 중국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은 차관급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14일 중국에 파견하는 등 황의 신병을 넘겨받기 위해 이례적으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과일보는 중국내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북한은 사태가 발생한 직후 金正日(김정일)이 직접 북경의 고위층에 전화를 걸어 『만약 이번에 중국이 선처해준다면 중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시켜 예전의 형제관계로 되돌아가게 하겠다』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김은 이 통화에서 만약 중국이 이번에 북한의 기대를 저버리면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의 상태로 소원해질 수 있다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이번 망명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이미 중앙판공청 외교부 국가안전부 공안부 합동으로 전담반을 조직했으며 錢其琛(전기침)부총리겸 외교부장이 이 기구를 지휘키로 했다. 이 전담기구는 사태의 진전상황을 江澤民(강택민)총서기에게 수시로 보고하되 강총서기와 李鵬(이붕)총리 등은 이 사태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완충 및 전환지대로 남아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는 것.
한편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사건으로 중국이 당하게 될 외교적 압력을 감소시키고 협상의 이득을 한층 높이기 위해 미국의 개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미국은 이미 이 사건에 공개적으로 개입할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한국측에 대해 이번 사건을 보다 고위층에서 직접 나서서 처리토록 충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