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만성콩팥병관리법’ 국회 발의…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 동아일보

이정표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

이정표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
이정표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다. 대한신장학회는 이를 기념해 매년 3월을 ‘콩팥 건강의 달’로 지정하고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회에서 발의된 ‘만성콩팥병관리법’에 대한 기대가 크다. 법안은 성인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만성콩팥병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신장학회, 세계신장학회, 유럽신장학회, 아시아태평양신장학회 등 세계 4대 신장학회가 일제히 이번 법안에 대한 강력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들 학회는 한국의 법안이 만성콩팥병 예방부터 조기 진단, 환자 맞춤형 치료, 국가 통계 구축까지 아우르고 있어 다른 국가에 모범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만성콩팥병이 개인의 질환을 넘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중대한 보건 과제라는 데 전 세계가 인식을 같이한다는 의미다.

만성콩팥병은 신장이 3개월 이상 손상돼 있거나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흔히 고령층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젊은층엔 ‘면역글로불린A(IgA) 신병증’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는 국내 사구체신염의 약 40%를 차지하며 주로 20∼40대에서 발병한다. 초기 증상이 없어 다수가 건강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며, 진단 시 이미 신장 기능 저하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신장 기능이 악화되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불가피하다. 이는 노동력 상실과 보호자의 돌봄 부담 등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 발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만성콩팥병을 생존과 삶의 질을 동시에 위협하는 중증 질환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에 대한신장학회는 2033년까지 말기신부전 이행 억제를 목표로 하는 ‘신장 건강 계획(Kidney Health Plan) 2033’을 통해 조기 진단 강화와 재택의료 활성화 등 선제적 관리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선제적 관리의 핵심은 투석 단계에 이르기 전 조기에 개입해 신장 기능 저하를 늦추는 것이다. 특히 IgA 신병증의 경우 최근 원인 물질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인 네페콘(부데소니드)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임상 연구를 통해 신장 기능 감소 속도를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았지만 비용 부담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실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조기 개입이 중요한 만큼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현실적인 건강보험 급여 적용 논의가 절실하다. 만성콩팥병의 전 주기 관리 체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지금 시야를 투석 중심에서 원인 질환 단계의 조기 진단과 적극적 개입으로 넓혀야 한다. 만성콩팥병을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중증 질환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환자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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