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크리스마스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가장 즐거운 방법.”
최근 한 누리꾼이 어드벤트 캘린더를 소개하며 남긴 이 문장은 온라인에서 6800회 넘게 읽히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작은 상자 하나를 여는 데도 ‘감정의 리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정확히 알아보고 있었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24개 혹은 30여 개의 칸을 하루에 하나씩 열어가며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시간을 기록하는 달력이다. 19세기 독일의 풍습에서 시작됐다.
최근 한국에서는 다른 형태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연말을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조금씩 축적해가는 기분 좋은 체험’으로 만드는 감정 소비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 “하루 하나라는 여유”가 주는 정서적 보상… MZ가 느낀 매력
서울신라호텔 어드벤트 캘린더 패키지 ⓒ뉴시스 20대 김모 씨는 친구에게 어드벤트 캘린더를 선물한 경험을 이렇게 설명했다.
“연말 선물은 보통 한 번 주고 끝인데, 이건 받은 사람이 매일 설렘을 느낀다는 게 좋았어요. 간식 캘린더는 하루 하나씩 먹으니까 조절도 되고, 소소한 재미가 있었고요.”
30대 이용자 백모 씨도 “연말이 되면 어드벤트 캘린더 언박싱 영상을 일부러 찾아본다”며 “하루에 하나를 열어도 된다는 설정 자체가 힐링된다”고 말했다.
즉, 어드벤트 캘린더의 핵심은 ‘물건’이 아니라 ‘열어보는 속도’다. 이 속도를 요즘 사람들은 ‘작은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 샤넬부터 엽기떡볶이까지…전방위 확산
생 로랑의 어드벤트 캘린더 @YOOTRUE ON AIR 관심 증가는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의 ‘어드벤트 캘린더’ 검색량은 매년 11~12월마다 크게 상승하고 있다. 2020년 겨울 검색 지수는 29에 그쳤으나 2021년에는 49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최고치인 100에 도달했다.
이 흐름을 확인한 브랜드들은 신속하게 상품에 이식했다. 스타벅스, 다이소, 세븐일레븐, 오리온, 필리밀리와 엽기떡볶이 등 주요 브랜드가 다양한 형태의 어드벤트 캘린더를 내놨다. 과거에는 샤넬·디올·루이비통 등 하이엔드 브랜드가 VIP용 한정 굿즈로 제작했다면, 이제는 대중적인 상품으로 확산된 것이다. 최근 ‘무한도전’이 내놓은 어드벤트 캘린더는 공개 1시간 만에 완판되며 시장 반응을 입증했다.
● 하루 한 칸 경험하는 구조… MZ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아
레고, 러쉬 어드벤트 캘린더 갈무리 전문가들은 어드벤트 캘린더의 인기가 MZ세대의 경험 소비 성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MZ세대는 물건을 오래 소유하기보다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경험 소비’를 선호한다. 삼정KPMG 분석 또한 MZ세대를 “하나를 오래 쓰기보다 여러 제품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세대”로 분석한다. 이런 성향은 렌털·구독경제 성장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방구석연구소, 자개 모티프 DIY 어드벤트 캘린더 출시(더에스엠씨 제공)/ 뉴스1 어드벤트 캘린더는 이 소비 패턴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열어보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게 하는 상품이다. 단일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여러 날에 걸쳐 나눠 열어보는 구조 덕분에, 작은 설렘을 며칠 동안 이어서 경험할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으로 꼽힌다. 제품을 하나만 사도 여러 개의 미니 구성품을 차례로 열어볼 수 있어, 매일 다른 경험을 ‘묶음으로’ 제공한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단순한 시즌 상품이 아니다. 일상을 하루 단위로 재구성하게 만드는 새로운 감정 소비 구조이며, 연말의 분위기를 ‘기다리는 시간’에서 ‘경험하는 시간’으로 바꾼다.
트렌디깅(Trend-digging)은 예상 밖의 인기와 새로 떠오르는 소비 징후를 포착해 ‘지금 가장 뜨거운 상품 흐름’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트렌드 관찰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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