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백모(71)씨가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 결과 무죄를 선고받은 뒤 하늘을 향해 한숨을 내몰아 쉬고 있다. 백씨와 딸(41)은 지난 2009년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와 지인에게 마시게 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인) 등으로 2012년 대법원에서 각기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2023년 9월 재심이 개시, 이날 사건 발생 16여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10.28. [광주=뉴시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피의자로 몰려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부녀(父女)가 재심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경찰이 진범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했다.
전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을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에 배당, 재수사에 들어갔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당시 초기 수사를 진행한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넘긴 기록을 확보했다. 경찰의 초기 수사 자료 기록만 19권 분량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에서도 관련 증거와 수사 기록 등을 넘겨 받아 자료를 검토한다. 경찰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16년이 흐른 데다, 수사 기록도 방대해 자료 검토에만 상당 기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피의자로 몰린 백씨 부녀는 2009년 7월6일 전남 순천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초동 수사를 맡은 순천경찰서는 대대적인 수사팀을 꾸려 ‘막걸리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추리고 있었다.
하지만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백씨의 딸이 얽힌 성범죄 무고 사건과 관련 첩보 입수 등을 이유로 사건을 가져가 직접 수사했다.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백씨 부녀가 갈등 관계였던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부녀의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012년 3월 대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아버지 백씨에게 무기징역, 딸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해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범행에 쓰였다는 막걸리 구입 경위가 불확실한 점, 청산 입수 시기·경위와 법의학 감정 결과가 명확히 일치하지 않았던 점, 부녀의 진술 태도와 달리 검찰 작성 조서는 구체적으로 기재된 점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백씨 부녀는 유죄 확정 10년여 만인 2022년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 재판부는 강압 수사를 통해 확보된 주요 자백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부녀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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