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 시설과 국가 연구기관이 급증하면서 정밀 중량물 운반 시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산업 성장은 수십억 원대 연구 장비와 대형 산업 설비의 안전한 이동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분야는 공식 자격증도, 표준화된 매뉴얼도 없는 ‘경험 100%’ 영역이다. 이 시장에서 30년 넘게 신뢰를 쌓아온 기업이 바로 대전도비㈜다.
최상우 대표가 이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초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였다. 크레인과 지게차를 운용하며 쌓은 실전 기술은 귀국 후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고 직업적 전환점이 됐다. 대전으로 이주한 그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던 중 기계 운반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당시 대전에는 크레인이 고작 두 대뿐이었습니다. 사우디에서 제가 배운 기술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최 대표는 대한통운 소속으로 기계 운반 전문 업무를 시작했고 거래처의 신뢰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독립에 나섰다. 과세특례 사업자에서 일반사업자로 전환한 그는 2023년 법인을 설립하며 현재 대전도비, 대전중량, 대전도비용역 등 3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도비는 500㎏급 장비부터 50t에 이르는 대형 설비의 운반과 설치를 수행한다. 연구소, 공장, 병원 등 외부 진입이 까다로운 특수 시설이 주요 작업 무대다. 대형 건물 지하 변압기 설치, 고가 의료기기 반입, 대형 냉동기 납품 등 복잡한 작업을 정밀하게 수행하며 업계의 신뢰를 쌓았다.
현장 투입 전 구조나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회의가 진행 중인 모습특히 이 회사의 강점은 거래처로 입증된다. LG화학, LG연구소뿐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 표준과학연구소,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국가 연구기관과 20∼30년 이상 장기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중량물 운반 업체는 전국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제로 대기업 연구소와 핵심 국가기관 시설에 안정적으로 출입하며 정밀 장비를 담당하는 업체는 극히 제한적이다.
“일반 업체들이 장시간을 투입하는 작업도 우리는 현장을 정확히 진단해 효율적으로 처리합니다.” 최 대표의 말처럼 대전도비의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상황 대응력과 정확성이다.
최 대표는 이 업종의 본질을 ‘경험’이라고 단언한다. “도비업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인데 국내에는 공식 직종 분류도 없습니다. 학문으로 배우거나 자격증으로 증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죠.” 현장 구조와 환경이 모두 다른 탓에 표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현장을 분석해 필요한 공구를 직접 제작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기술의 전부라고 설명한다.
현재 대전도비에는 12명의 정직원이 근무하며 상당수가 20∼30년 장기근속자다. 대기업·국가기관 현장의 경우 작업 전 1시간 이상 안전 교육이 의무이며 안전 수칙 위반 시 즉시 퇴출될 정도로 규정이 엄격하다. 최 대표는 “발주처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회사의 기본 원칙”이라며 “안전은 회사의 절대 가치”라고 강조한다.
최 대표의 향후 계획은 명확하다. 무리한 확장이 아닌 ‘안정적 운영’이다. “관리 가능한 규모가 최선입니다. 과도한 확장은 오히려 품질을 떨어뜨리죠.” 그가 바라는 핵심 목표는 안전사고 없이 신뢰를 지속하며 세대를 잇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과 네트워크를 다음 세대로 안정적으로 전수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아들이 기술을 이어받아 타 지역에서 독립 운영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를 ‘세대를 잇는 자연스러운 성장’으로 본다.
30년 외길을 걸으며 쌓아온 신뢰는 대전도비의 가장 큰 자산이다. 공식 매뉴얼도 제도적 틀도 없는 시장에서 오직 진정성 있는 기술력과 무사고 기록으로 입지를 굳혀온 대전도비는 오늘도 국가 연구기관과 첨단 산업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신뢰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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