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아시나요. 일상 언어로 인공지능(AI)과 대화하며 ‘느낌(vibe)’을 전달하면 AI가 알아서 코딩을 해준다는 의미인데요. 오픈AI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카파시가 올해 2월 처음 소개한 용어로, 얼마 전 영국 콜린스 사전이 ‘올해의 단어’에 선정한 화제의 기술 트렌드입니다.
프로그램 개발의 장벽을 허물어버린 AI.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1인 창업이 가능하다’, ‘1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도 나올 거다’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런 트렌드를 생생하게 보여준 한 인물이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특이한 점은 그가 영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중국인 개발자라는 점이죠. ‘초생산성’을 달성한 바이브 코더는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누구나 자연어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시대라는데. 바이브 코딩으로 누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게티이미지
월 200달러(29만원) 요금제 가입자가 한 달 동안 무려 5만 달러(7300만원)어치 토큰을 사용한다면? 지난 7월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운영하는 미국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누군가가 하루 24시간 내내 말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난 사용량을 기록한 거죠.
화들짝 놀란 앤트로픽은 부랴부랴 전체 사용자를 대상으로 속도 제한을 건다고 공지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 SNS 플랫폼 레딧에선 ‘이 슈퍼 헤비유저는 착취자인가, 정당한 사용자인가’에 대한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죠.
이 사태를 초래한 주인공은 중국 베이징에 사는 개발자 류샤오파이(刘小排). 중국 IT 기업 치타모바일에서 일하다 10년 전 독립한 프로그래머입니다. 그는 클로드 코드, 커서 같은 ‘바이브 코딩’ 제품을 이용해 AI 소프트웨어 12개를 개발해 출시했고요. 이를 통해 연간 약 100만 달러(약 14.7억원)의 수익을 창출한다는데요.
류샤오파이가 출시한 소프트웨어 중 가장 이용자가 많은 AI 이미지 생성기 ‘라파엘AI’. 영어, 한국어, 중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영어는 거의 못 하기 때문에 중국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해 바이브 코딩을 했다.
에이, 과장 아니냐고요? 그가 출시한 제품은 이런 겁니다. 이미지 생성기 ‘라파엘AI’, 음성 생성기 ‘애니보이스’, 텍스트나 이미지를 3D로 변환하는 ‘패스트3D’. 들어가 보시면 알겠지만 중국색은 전혀 찾을 수 없죠.
12개 제품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약 20만명. 대부분이 무료 이용자이지만, 매일 약 200건의 새로운 유료 구독자가 발생한다는데요.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 1위는 미국, 2위 독일, 3위 일본 순입니다.
아마 이용자들은 이 사이트 개발자가 영어를 거의 못 하는 중국인이란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언뜻 보기엔 미국이나 유럽 어딘가의 스타트업이 만들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니까요.
혹독한 현실이 혁신을 낳았다
바이브 코딩으로 나 홀로 창업자가 연 매출 15억원이라니. 흥미가 좀 생기시나요? 미국의 IT 전문 작가 아프라 왕이 얼마 전 이 류샤오파이를 인터뷰했는데요. 그는 중국 IT 업계의 혹독한 현실이 중국 바이브 코더들을 강하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중국 시장은 경쟁이 무지막지하게 치열한 데다, 소비자들이 유료 소프트웨어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죠. 중국 내수 시장에선 웬만해선 AI 스타트업으론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리는데요.
중국 IT기업 개발자의 평균적인 삶-‘996(하루 12시간 주 6일 근무)’에 연봉 3만 달러 남짓(중간소득 기준)-이란 실리콘밸리처럼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에 도전할 만한 거죠.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제 사업 모델은 간단합니다. 제 아이디어로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고 선진국 사용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코딩과 운영입니다.”
코딩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작업을 AI로 자동화하는 ‘초생산성’의 시대가 왔다. 게티이미지그는 월 5만 달러어치 토큰 사용은 어렵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컴퓨터 여러 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클로드를 계속 실행해서 작업을 처리하면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잠자는 동안에도 클로드를 계속 작업시키면 하루 1000달러 이상 토큰 사용량은 쉽게 달성할 수 있죠.”
그는 코딩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작업을 AI를 이용해 자동화했는데요. 예를 들어 제품 이름을 정하고 웹사이트 도메인을 정하는 작업을 AI에 맡깁니다.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작성한 뒤, 클로드에게 이 정보를 조합해 1만개의 적절한 도메인을 자동 생성하고 등록 상태를 조회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죠. 5~6시간 뒤 결과가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표준 운영 절차를 자동화했어요.”
류샤오파이는 베이징 자신의 사무실을 다른 바이브 코더들과 함께 쓰는 공유오피스로 운영합니다. 일종의 바이브 코더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한 건데요. IT 대기업 출신의 전직 프로덕트 매니저(PM)가 커뮤니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는 “주요 기술 기업 출신 프로덕트 매니저(PM)들이 AI 시대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하는데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기술 대기업이 관료화되면서 천문학적인 내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요. 무언가를 만들려는 PM은 팀원과 상사, 더 위의 상사를 설득해야 하죠.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몇 달이 지나갑니다. (…) PM들은 (제품 개발의) 프로세스를 본능적으로 이해해요. 이전엔 코드 작성만 이해하지 못했죠. 하지만 오늘날 AI 바이브 코딩이 그 공백을 메웠습니다. 이제 아이디어가 생기면 누구에게 구걸할 필요가 없죠. 일주일 만에 직접 만들어 냅니다. 잘 팔리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죠. 다음 주에 다른 걸 시도하면 되니까요.”
기술의 장벽이 사라지면 이제 승부는 ‘누가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가’에 달려있다. 게티이미지그러면서 지난해 11월 텐센트를 그만두고 나와서 바이브 코딩을 독학한 뒤, 올해 5월 중국식 사주팔자를 영어로 알려주는 앱을 개발한 바이브 코더 사례를 소개합니다. 처음엔 고작 월 100달러 남짓 벌었지만, 이젠 제품을 추가하면서 하루 1000달러씩 벌고 있다죠.
하지만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기술 대기업들이 전부 AI에 올인하고 있는데. 그 고래들 틈에서 바이브 코더 1인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류샤오파이는 오히려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팀에 기회가 열려있다고 말합니다. 대기업은 포착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이 널려있기 때문이라는데요.
“핵심은 매우 구체적인 사용자 요구사항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예컨대 틱톡에 올라온 AI 생성 영상을 직접 복제해서 자기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을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한다면, 사용자는 돈을 낼 겁니다. 이 도구 없이 구글 베오(Veo)나 오픈AI 소라2(Sora2)를 이용해선 이런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없을 테니까요. 바이트댄스나 구글 같은 대기업은 이런 기회를 감지조차 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은 기술을 강조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승리하기 위해 ‘기술적 해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AI 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건 기술에 달린 게 아니라, 사용자 니즈를 파악하는 데 달려있으니까요. 제 주변엔 바이브 코딩만으로 월 5만 달러(약 7400만원) 넘게 버는 사람이 12명쯤 있습니다.”
‘초생산성’의 시대가 온다
AI 기술로 솔로프리너(Solo+Entrepreneur) 시대가 왔다고들 얘기하죠. 혼자서도 AI 기술을 이용해 기업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고 성과를 낼 수 있단 뜻인데요. 베이징의 바이브 코더들이 바로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자이자 골든게이트AI 연구소를 운영하는 스티브 뉴먼은 류샤오파이로 대표되는 AI 기술의 이런 새로운 트렌드를 “초생산성(Hyperproductivity)”이라고 명명합니다. 거의 모든 직접적인 업무는 AI에 위임하는 대신, 인간은 이를 관리하고 최적화하는 데만 집중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거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자체가 바뀝니다. “초생산적인 개인은 자신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습니다. 그 업무를 인공지능(AI)에 위임하죠. 그들은 시간을 들여 AI가 자신의 업무를 더 잘 수행하도록 최적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초생산성’의 시대, 일은 ‘수행’이 아니라 ‘관리’와 ‘최적화’가 된다. 게티이미지물론 이렇게 초생산적으로 일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이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죠. 반복되는 일상은 이미 자동화됐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새로운 도구와 기술을 끊임없이 익혀야만 합니다. 상당히 도전적인 일인데요.
스티브 뉴먼은 ‘초생산성’이란 새로운 트렌드가 지금처럼 소규모 틈새 현상에 머물고 말지, 아니면 더 광범위하게 퍼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만약 초생산성이 기술 업계의 일하는 방식으로 대세가 된다면? 아마도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트업의 쓰나미”가 일어날 거란 게 그의 전망이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그 거대한 파도에 속절없이 휩쓸려 버리고 말까요, 아니면 파도에 올라탈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각자 답을 찾아야 할 겁니다. By. 딥다이브
바이브 코딩을 두고는 ‘그것이 바로 일의 미래’라는 시각과 ‘오류투성이의 쓰레기를 만들 뿐’이란 회의론이 공존하죠. 하지만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이미 뛰어들어 성과를 올리고 있었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월 200달러 요금제로 5만 달러어치 토큰을 소진한 클로드 유저. 그 정체는 12개 AI 소프트웨어를 출시한 베이징의 바이브 코더였습니다. 연 100만 달러 수익을 올린다는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베이징의 바이브 코더 커뮤니티를 소개했죠.
-이들의 타깃 고객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사용자들. 구체적인 사용자의 니즈를 해결해 주면 선진국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동시에 운영과 관련한 대부분 작업은 AI로 자동화해서 해결하죠. 그렇게 끊임없이 제품을 만들어 나갑니다.
-AI 기술로 ‘초생산성’의 시대가 오는 걸까요. 이제 인간이 하는 일은 업무의 직접적인 수행이 아니라, 관리와 최적화로 바뀌고 있습니다. AI를 무기로 삼은 스타트업의 쓰나미가 몰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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