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대의원보다 당원 지지세 높아… 당내 “대의원 힘빼려는 시도” 분석
친명, 金 내세워 당권 장악 구상… 서울시장 차출론은 잦아들어
‘명청 대리전’ 구도 부각은 부담
與 서울시당 ‘천만의 꿈’ 출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천만의 꿈 경청단’ 출범식에서 정청래 대표(가운데)가 ‘희망의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당 대표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심 비중을 20 대 1 이하에서 1 대 1로 바꾸는 일명 ‘정청래 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불거지면서 당내에선 “차기 당권 경쟁이 벌써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당헌·당규 개정에 제동을 건 친명(친이재명)계에선 정청래 대표의 연임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의심하는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차기 당 대표 차출론이 부상하고 있다.
● ‘광폭 행보’ 김 총리에 커지는 당 대표 차출론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25일 통화에서 정 대표가 추진 중인 ‘1인 1표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 시절 임명한 대의원들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도 안 됐는데 정 대표가 벌써 발톱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대의원보다 당원 지지세가 높은 정 대표가 연임 도전을 위해 당헌·당규 개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1인 1표제가 다음 달 5일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처음 적용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선 46.91%를 얻어 박찬대 의원에게 밀렸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66.48%로 압승하며 당 대표에 오른 바 있다.
서울 아레나 건설현장 점검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가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 아레나 복합문화시설 건립 현장을 둘러본 뒤 발언하고 있다. 김 총리는 “서울과 지방 곳곳에 문화관광 프로젝트로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정 대표와 각을 세우는 친명계 일각에서는 내년 차기 당 대표 선거에 김 총리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당 대표는 이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2028년 총선의 공천권을 쥐고 2030년 대선의 유력 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차기 권력의 핵심인 만큼 확실한 친명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총리가 최근 12·3 비상계엄 연루 공직자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진두지휘하고 종묘, 한강버스 등 서울 현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강성 당원들에게 소구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정 대표가 내년 지선을 앞두고 내란 청산 드라이브를 더 세게 걸 텐데 이 과정에서 김 총리와의 강성 메시지 대결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때 거론되던 김 총리의 서울시장 차출설은 잦아드는 추세다. 김 총리는 24일 유튜브에서도 “생각 없다는 얘기를 벌써 이젠 입이 좀 민망할 만큼 여러 번 말씀드렸다”고 서울시장 출마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차기 당 대표 출마설에 대해선 “임명권자가 있기 때문에 총리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그런 것은 마음대로 못 한다. 전체 국정의 흐름 속에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려면 이 대통령의 뜻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 ‘명청 대리전’ 구도는 부담
하지만 정 대표 측에서는 “이 대통령이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내세우는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정 2인자’인 김 총리가 이 대통령의 허락을 얻어 당 대표에 출마하면 사실상 ‘명청’(이 대통령과 정 대표) 대리전의 구도로 흐를 수 있다는 것. 중앙위원회 의결만을 남겨둔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이 마무리되면 정 대표가 연임을 위한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분열의 위험을 안고 김 총리가 ‘명심’(이 대통령의 의중)을 얻어 정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김 총리가 다음 민주당 대표도 출마하지 않고 서울시장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며 “(차기 대권으로) 바로 가는 것도 있고 다음다음 대표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총리 측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김 총리는 총리 역할을 더 하고 싶어 하지만 거취는 임명권자의 뜻에 따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내년 6월 지선 결과에 따라 김 총리의 차기 당권 도전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선 결과와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평가에 따라 김 총리 역할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리 측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의 결과 등이 (김 총리의 거취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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