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일자리전환컨설팅’ 시행
한국표준협회, 285개 기업 컨설팅
참여기업에 훈련비 등 장려금 연계
13일 서울 강남구 한국표준협회 퓨처밸류캠퍼스 강남에서 ‘산업 전환 베스트 프랙티스 세미나’가 진행되는 모습. 한국표준협회 제공
“앞으로 5년 안에 전 세계에서 920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1억7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 4월 발표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5’를 통해 바라본 미래의 모습이다. 인공지능(AI)과 친환경, 디지털로 대표되는 산업 구조 전환이 인류의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재편할 것이란 예측이다. 더불어 45개 국가, 800여 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향후 5년 내 전체 일자리의 약 22%가 변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산업 전환’은 업종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 혁신과 시장 재편 그리고 인력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산업 생태계 전체가 새롭게 짜이는 과정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이제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현장의 과제로 삼아야 할 때다.
‘제조 강국’ 한국은 산업 전환의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자동차·조선·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 등 6대 주력 산업으로 성장의 역사를 써온 한국은 국내총생산의 약 25%, 수출의 90%를 제조업이 차지하는 나라다.
이처럼 기술 혁신의 속도가 사람과 조직의 변화를 앞지르는 현실 속에서 산업·인력 전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는 2025년 ‘산업일자리전환컨설팅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기술이 일자리의 판도를 뒤바꾸는 시대이지만 결국 변화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점은 변함없는 상황.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탄소 중립과 디지털 전환 등 산업 전환기에 나타나는 일자리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 목적인 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산업 전환 대응전략 수립에서부터 직무 심화·전환·재배치, 재교육 및 적응 훈련, 정부 지원 사업 연계까지 다양한 과정을 유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재직 근로자의 직무 전환과 역량 강화, 신규 채용은 물론 신속한 재취업 지원이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실질적인 지원 체계 덕분에 현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전담 기관으로 참여한 한국표준협회는 올 3월부터 산업구조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직접 찾아 500여 개의 산업 전환 수요 기업을 발굴하고 진단 컨설팅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285개 기업이 전문 컨설팅으로 연계돼 맞춤형 지원을 받았다.
민간 석탄 화력발전 기업인 A사의 경우 석탄 화력발전 축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발맞춘 선제 대응을 위해 컨설팅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이 컨설팅을 통해 에너지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전환 전략과 인력 육성 로드맵을 마련하고 산업일자리전환 장려금을 활용해 맞춤형 교육 훈련까지 진행했다.
컨설팅을 완료한 기업은 ‘산업일자리전환 장려금’을 신청해 훈련비와 사업주 훈련장려금을 인당 최대 각각 300만 원, 6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A사처럼 산업구조 변화에 직면한 기업은 조직 전환 과정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는 새로운 직무와 업무 환경에 한층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이런 사례는 장려금이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산업 전환을 실행하고 체감할 수 있게 돕는 실질적인 지원 도구이면서 참여 기업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윤정균 한국표준협회 경영혁신본부장은 “많은 기업이 처음에는 전환이라는 개념을 막연하게 여겼지만, 컨설팅을 통해 자사에 맞는 전환 방향과 정부 지원 연계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점차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장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기술 및 산업환경 변화는 막을 수 없지만 이에 따른 인력 전환은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업 스스로 변화의 방향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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