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발에 부닥친 서리풀 공공주택

  • 동아일보

‘9·7 공급대책’에 포함된 2지구… “강제수용 반대” 설명회 3번째 무산
1지구 일부도 ‘지구 제외’ 청원 내
4년뒤 착공 계획 미뤄질 가능성
국토부 “주민 협의 계속 이어갈것”

24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당초 서울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가 예정된 자리였지만 공청회장 안은 주민들이 든 ‘강제 수용 절대 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과 플래카드로 가득 찼다. 서리풀2지구 지역 주민, 우면동성당 신자 등 150여 명이 공청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공청회 장소에 모여 개발 반대 침묵시위를 벌인 것이다. 결국 이날 공청회는 무산됐다. 지난달 주민설명회가 무산되고 이달 18일 공청회가 무산된 데 이어 세 번째로 주민 대상 설명회가 무산된 것이다.

서울 강남권 주택 공급지로 관심이 높은 서리풀 공공주택지구가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2029년 착공 및 분양 목표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서리풀은 정부가 9·7 공급 대책을 통해 사업 진행 속도를 6개월 이상 앞당기겠다고 밝힌 곳이다. 주민 협의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리풀2지구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택 2만 채를 공급하기로 발표한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중 한 곳이다. 19만3259㎡ 규모로 2000채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2지구 주민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2지구 내에 송동마을·식유촌은 이씨(氏)와 송씨가 최소 500년 이상 마을을 형성한 집성촌이다. 현재는 147명이 거주하고 있다. 2000년 건립된 우면동성당은 신자 40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현재 정부 계획대로면 이곳은 모두 헐려 아파트 단지로 바뀌게 된다.

2011년부터 이곳에 거주했다는 성해영 송동마을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강제 수용을 전제로 기계 톱니바퀴 돌리듯 사업을 진행하는 걸 참을 수 없어 공청회 자체를 막게 됐다”고 했다. 우면동성당 신자인 정덕남 씨(73)는 “천막을 치고 물건을 나르며 직접 지은 성당”이라며 “공공주택도 좋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1만8000채 규모 서리풀1지구에서도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내 56채 주거지인 새정이마을 주민들은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공주택지구 제외 청원을 제기했다. 이후 대상지 내 토지주 22명도 재산권 침해가 크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지정, 2029년 착공·분양, 2031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9·7 공급 대책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전에 도로, 공원 등 기반 시설 위치와 개발 밀도 등을 담은 지구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6개월 이상 사업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절차상 공청회가 2회 이상 무산되면 후속 절차인 지구 지정 심의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후 토지 수용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대 여론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사업이 다시 암초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기존 거주민의 주거 안정성을 해치면서 새로운 주택을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토지 수용을 받아들이는 주민 인식이 과거와 달라진 점을 고려해 사업 계획을 짜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속적으로 주민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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