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조여오는 푸틴…‘격전지’ 포크로우스크 완전 점령 임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0일 16시 47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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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를 곧 완전히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CNN이 8일 보도했다. 옛 소련 시절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의 교통 허브였던 포크로우스크는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전역에 물자를 공급하는 병참 기지 역할을 해 왔다. 이 곳을 빼앗기면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줄곧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이웃 루한스크주를 합한 지명)’를 영토로 편입시겠다는 뜻을 밝혔다. 즉 포크로우스크의 함락은 돈바스 전체를 장악하려는 이런 그의 목표에 한결 가까워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의 협상력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영국 BBC 등이 논평했다.

특히 지난달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뒤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모두 압박하기 위해 포크로우스크 함락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또한 9일 “전쟁의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러, 대량 사상에도 17만 병력 투입”

7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용 드론을 향해 발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7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용 드론을 향해 발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현재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들조차 포크로우스크 함락이 가시화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한 우크라군 대대장은 CNN에 “우리는 거의 포위된 상태다. 시가지 교전과 무기 포격이 끊이지 않아 상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의 우세를 가능케 한 요인은 압도적인 병력 우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도네츠크주에 최소 17만 명의 병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만 2만5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러시아군이 계속 병력을 보내 전력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포크로우스크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무인기(드론) 부대 병사 또한 “너무 많은 러시아군 병력이 밀려들온다. 드론으로 막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러시아군은 포크로우스크와 위성도시 미르노흐라드를 함락한 뒤 다른 도시에 대한 함락 또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스탼티니우카, 드루주키우카, 크라마토르스크, 슬로우얀스크 등으로 이어지는 소위 ‘돈바스 요새 벨트’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코스탼티니우카 인근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제129여단 소속 병사는 “증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 병사도, 장갑차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설사 포크로우스크를 함락하지 못한다 해도 러시아가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있다. 전쟁 전 인구는 약 6만 명이었지만 현재 1200여 명 정도만 거주하는 사실상의 ‘유령 도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가 돈바스 전체를 점령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돈바스 완전 함락에는 최소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 러, 에너지 시설 공습에 키이우 10시간 정전

러시아군은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고강도 공습 또한 벌이고 있다. 8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최소 45발의 미사일과 드론 458대를 발사해 주요 에너시 시설을 공격했다. 이 여파로 민간인 11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또 수도 키이우, 2대 도시 하르키우 이 일제히 정전 사태를 겪었다. 특히 키이우는 8일 10시간 동안 전기, 수도가 끊겨 도시 전체가 추위에 떨었다.

우크라이나도 7일 러시아 남부 볼고그라드주 석유시설에 공습을 가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다만 영국 더타임스는 “정부가 기반시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미국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9일 인스타그램에 “러시아의 끊임없는 드론 위협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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