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2기 첫 대북 유엔제재 추진… “北석탄 中으로 밀반입”

  • 동아일보

“석탄, 北 핵야망 가능케 하는 수단
올해 5∼6월 운송 선박 7척 적발”
일각 “회동 불응 김정은에 경고장”
중-러 거부권 가능성… 통과 불투명

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유엔 제재를 위반한 채 중국에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등을 운반한 제3국 선박 7척에 대해 “즉시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3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번 조치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줄 차단 목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관련 유엔 제재를 요청하고 나선 건 올 1월 출범 뒤 처음이다. 지난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수차례 ‘깜짝 회동 러브콜’을 보냈지만 북한이 불응한 게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 “北 석탄 등 운반 선박, 북한 핵 야망 가능케 하는 수단”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7척의 선박이 불법적으로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을 중국으로 운송·하역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석탄과 철광석은 북한에 가장 수익성이 높은 물품이자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핵심 재원”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이 자원을 중국 등으로 보내 연간 최대 4억 달러(약 5800억 원)를 벌어들인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이 선박들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2017년 7월 대북 제재를 위해 마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등 수출을 전면 금하고 있다.

국무부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출항한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선박 ‘플라이프리’는 올 5월 29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들(톈퉁, 신평 6)과 접선했다. 북한 선박들은 자국산 석탄을 해상에서 넘겨줬고, 플라이프리는 이 석탄을 받아 중국으로 운송해 올 6월에 하역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는 등 북한이 밀수 과정에서 쓰는 전형적인 제재 회피 수법도 사용됐다.

국무부는 비슷한 수법으로 북한산 석탄이나 철광석을 중국으로 옮긴 카지오·마스·카르티에·소피아·알마니·이리 1 등도 제재 대상에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 선박들은 북한의 핵 야망을 가능케 하는 물적 수단”이라며 “이번 제재 추진은 각국 해운업체와 보험사 등에 북한의 불법 밀수 행위에 가담하지 말라고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 회동 거절한 김정은에 경고장 해석도

안보리는 그동안 북한의 석탄 등 밀수를 감시하며 막아왔지만, 북한은 꾸준히 관련 제재를 위반해 왔다. 지난해 3월엔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던 중 당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요청을 받은 한국 정부에 의해 전남 여수항 인근에서 나포됐다.

이번 조치의 경우 트럼프 2기 들어 처음 추진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북-미 정상 회동이 무산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방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겐 (대북) 제재가 있다. 그건 꽤 큰 사안이다”라며 제재 완화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요청을 거절했고,이젠 미국이 추가 대북 제재 카드를 꺼내 든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당근’은 물론 ‘채찍’까지 병행하는 방식으로 대북 전략을 일부 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제재 추진과 북-미 정상 간 만남 결렬의 관련성 여부 등에 대해 “이번 조치는 몇 달 동안 준비해 왔다. 봄부터 이미 들여다보던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북-미 정상 간 대화가 불발된 뒤라 눈길이 가지만 묵과할 수 없는 적발 건에 대해 제재 당국이 하던 대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번 제재를 추진하더라도 제재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하면 제재안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 국무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국제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 기조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정부는 국제사회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결의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우방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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