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미국 작가인 비엣 타인 응우옌(54·사진)은 4일 국내 언론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조자’는 미국으로 건너간 북베트남 스파이를 그린 소설. 미 HBO 드라마로 만들어져 지난해 현지에서 방영됐는데, 박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샌드라 오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박 감독이 소설에 영감을 줬고, 또 그 소설은 박 감독에 의해 드라마가 된 것.
응우옌 작가는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할 때 프로듀서가 ‘어떤 감독이 떠오르느냐’고 묻기에 주저 없이 박 감독이라고 했다”며 “영화 ‘올드보이’의 시각적 스타일이나 메시지, 창의성, 기이한 폭력 등 모든 게 ‘동조자’를 쓰는 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이날 화상 인터뷰는 응우옌 작가의 신간 ‘두 얼굴의 남자’가 지난달 31일 국내 출간된 걸 계기로 이뤄졌다. 집 안에선 베트남 이민자 부모의 삶을, 집 밖에선 미국 사회를 관찰하며 ‘이중간첩’처럼 살아온 경험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베트남에서 태어난 그는 1975년 사이공 함락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응우옌 작가의 가족은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 사례라 할 만하다. 형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의사이며, 작가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문학 교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자리할 수 있는지를 끝없이 묻는 성장기를 보냈다고 한다.
신간에 따르면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엔 ‘베트남인들 탓에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낙서가 붙기 일쑤였다. 그가 청소년기 접한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백인이었다. 응우옌 작가는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 (예술성도 갖춘) 문학을 만들기란 매우 어렵다”면서도 “제 목표 중 하나가 그걸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저는 열두 살 아들과 함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고 있습니다. 정치적이면서도 예술성이 높죠. (1993년 비백인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소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작품들이 제게 영감을 줍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