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철강업계 자율 설비감축 지원…금융지원 4000억 추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4일 16시 59분


중국발 공급과잉에 美 50% 관세까지
영업이익률 곤두박질…구조조정 시급

29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2025.10.29/뉴스1
29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2025.10.29/뉴스1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50% 관세 부과로 위기에 처한 철강산업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4000억 원 규모 철강 수출공급망 강화보증을 신설해 수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 특수탄소강 등 고부가가치 상품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꿔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자율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석유화학업계에는 사실상 연말까지 자구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 ‘삼중고’ 빠진 철강 업계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저가 제품 증가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고, 내수 침체로 국내 수요도 감소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 6월 미국이 25%였던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고, 최근 유럽연합(EU)이 수입 철강에 대한 고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출 여건도 급격하게 악화됐다.

올해 3분기(7~9월) 철강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하고, 철강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7.4%에서 지난해 2.7%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정부가 철강업계의 자율적인 설비 감축을 유도하고,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우선 정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비를 일정 규모 이상 조정하기로 하면 자산을 매각할 때 과세특례를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철근처럼 수입재 침투율(3%)이 낮고 업계의 자발적 조정이 부진한 공급 과잉 품목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존 기업활력법 등을 활용하고 부족하면 철강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수출 기업 지원도 강화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세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앞서 발표한 이차보전사업, 긴급 저리융자에 더해 4000억 원 규모의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도 추가로 신설해 총 5700억 원의 금융지원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중 신설될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은 포스코가 50억 원, IBK기업은행이 150억 원을 출연해 협력사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정부는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과 반덤핑 관세 회피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제3국을 경유한 저가 철강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과 EU 등이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각국의 잉여 수출 물량이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고부가화로 철강산업 체질 개선


정부는 특수탄소강 등 미래 유망 품목에 투자해 철강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꾸고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도 내놨다. 특수탄소강은 조선, 에너지, 자동차, 방산, 우주항공 등에서 활용되는데 현재 국내 철강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00억 원을 투입해 10개 특수탄소강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특수강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는 현재 일본의 특수탄소강 비중(17%)보다 높고 독일(38%)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90%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도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구 부총리는 자율 구조조정이 더딘 석유화학산업에 대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8월 석유화학업계가 구조조정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지만 현재 대산산업단지 외에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구 부총리는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의 진정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업계 스스로 약속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업재편을 먼저 추진하는 산단과 기업이 지원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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