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백악관 vs 중국판 롤스로이스 30일 김해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무진 ‘더 비스트’(왼쪽 사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무진 ‘N701’. 경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정상회담 전부터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두 정상이 마주한 것은 2019년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 헬기인 ‘머린 원’을 타고 먼저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전용 리무진 ‘더비스트’로 오전 10시 26분경 미중 회담 장소인 김해국제공항 접견실 나래마루에 먼저 도착해 시 주석을 기다렸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 직전인 오전 10시 30분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조현 외교부 장관과 노재헌 주중 한국대사,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 강영신 외교부 동북아국장 등이 시 주석을 영접했다.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한한 시 주석을 위해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예포 21발이 발사되는 등 최고 수준의 예우가 이뤄졌다. 시 주석은 환영 행사 직후 중국 국산차 브랜드인 훙치(紅旗)가 만든 전용 리무진 ‘N701’을 타고 회담장인 나래마루로 이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오전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김해공항=AP 뉴시스시 주석이 도착한 뒤 두 정상은 함께 취재진 앞에서 약 26초간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붉은색 넥타이를, 시 주석은 파란색 넥타이를 각각 착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시 주석)는 아주 터프한 협상가다. 그건 별로 좋지 않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웃음을 짓고 등을 두드리기도 했으나 시 주석은 살짝 미소를 띤 채 정면을 응시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것에 합의했으며 지금 더 많은 것을 합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6초간의 모두발언에서 “오랜 친구”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 “위대한 지도자” 등으로 시 주석을 지칭하며 치켜세웠다. 이에 시 주석은 3분 20초간 모두발언에서 가자지구 휴전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를 치켜세우면서도 “중국과 미국은 일부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세계 상위 두 경제 대국으로서 마찰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는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모두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정’ 발언에 비해 상대적으로 냉정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옆 김해공군기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AP 뉴시스이날 회담은 약 1시간 40분간 진행돼 낮 12시 52분경 종료됐다.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회담장 밖으로 나와 다시 악수했다. 악수를 나누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귓속말을 하자 시 주석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고, 시 주석은 경북 경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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