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現 외화보유액으로 감내 가능해도
정부보증채 발행등 재정 부담 우려
대미 투자펀드 전문가 확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뒀지만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10년 이상 장기 분할 투자를 하더라도 연 200억 달러의 ‘영끌 투자’가 이어질 경우 정부 재정에도 결국 부담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미 투자 집행 과정에서 충분한 이익이 공유될 수 있도록 ‘우산형 특수목적회사(Umbrella SPC)’를 제대로 운용할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투자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0일 정부는 한미 정부가 합의한 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규모는 한국이 보유한 외화보유액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9월 기준 외환보유액 4220억 달러 가운데 금,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 IMF 포지션 등을 제외한 외환은 3970억 달러 정도다. 이 중 상당수가 미국 국채 등 유가증권에 투자돼 있는데, 이를 통해 연간 얻는 수익이 150억 달러 수준이다.
정부는 나머지 50억 달러를 정책금융 등을 통해 해외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채권 발행 방식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화자산 수익이 충분하지 않아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하게 되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채권을 발행하면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줘야 한다”며 “내년에도 경기 부양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국내에 쓸 자금 여력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미 투자펀드를 우산형 SPC 형태로 진행하는 것 역시 정부가 내세운 안전장치다. 우산형 SPC는 하나의 SPC 밑에 프로젝트별로 여러 SPC를 두는 구조다. 블랙스톤이나 PIF(사우디국부펀드) 등 글로벌 펀드들은 ‘하나의 펀드를 특정 한 개의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투자 경력이 풍부한 동시에 미국 현지 산업 동향에 정통한 사람은 매우 드물다”며 “전문성을 갖춘 펀드 운용역을 확보하는 게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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