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측에 “강경한 협상가들”…훈장받고 “당장 착용하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9일 17시 22분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 도착하는 미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 도착하는 미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너무나 아름다운 선물이다. 지금 당장 착용하고 싶을 정도다. 미국과 한국 간 동맹관계는 특별하고, 앞으로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소중히 간직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통령님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드린다. 한국과 미국 간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공식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2025.10.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공식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2025.10.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등급의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는 현장에서 양 정상은 화기애애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날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서훈했고, 특별 제작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는 등 최고의 예우를 갖추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다만 양 정상은 3500억 달러(약 502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구성을 둘러싼 이견으로 관세 협상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연출됐다.

● 李, 트럼프 취향 고려 ‘황금 선물’ 준비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 도착하는 미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 도착하는 미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체류 시간이 만 하루로 짧고,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처음으로 국빈 방문이 이뤄지는 만큼 최고 수준의 국빈 의전을 최대한 압축했다고 밝혔다.

2025 경주 APEC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마린원 헬기가 경주 보문단지에 착륙하고 있다. 경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25 경주 APEC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마린원 헬기가 경주 보문단지에 착륙하고 있다. 경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계획보다 약 50분 가량 늦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평소 자주 착용하는 빨간색 넥타이 대신 파란색 넥타이를 맨 채였다. 이 대통령도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즐겨 착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헬기 ‘마린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군 의장대가 사열했고, 예포 21발도 발사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10.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10.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경주 예술의전당으로 이동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오후 2시 10분경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취타대의 호위 속에 환영식과 정상회담이 이어질 천년미소관으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레드카펫 끝으로 가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에서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맞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악수해 친근감을 표시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9일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훈식 비서실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0.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9일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훈식 비서실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0.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특별 제작된 황금빛 훈민정음 문양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황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한 넥타이는 한미동맹의 황금빛 미래를 상징한 것”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함께 박물관 안으로 이동해 방명록에 서명한 후 서훈마가(MAGA) 모자와 사진집, 성경, 멜라이나 향수 등 이른바 ‘트럼프 굿즈’ 전시를 둘러보며 환담을 나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관세 협상을 담당하는 참모들에 대한 각 정상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러트닉 상무장관과 악수하며 팔을 한번 툭 치기도 했고,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 대표와는 귓속말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크게 웃으며 인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EO 서밋에서 대미 관세 협상을 총괄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언급하며 “매우 강경하고 뛰어난 협상가”라며 “놀라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김 장관보다) 덜 뛰어난 인재를 원했다”는 농담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찬 회동에서 한국측 정상회담 참석자들을 향해 “많은 분들을 알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과 협상해왔고 그들은 매우 강경한(tough) 협상가들”이라며 “그게 당연한 일이며 우리가 협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 평화 상징 꽃으로 꾸민 오찬장

이날 경주박물관 내 오찬장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꽃인 ‘피스 릴리’로 꾸며졌다. 대통령실은 “국제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한반도에서도 꽃피우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전하고자 배치했다”고 밝혔다.

오찬에는 전국 각지 특산물을 식재료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를 반영한 퓨전 한식을 선보였다. 신안 새우와 고흥 관자, 완도 전복 등 우리 해산물에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인 뉴욕의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이 어우러진 전채 요리가 제공됐다. 메인 식사는 경주 햅쌀로 지은 밥에 공주밤과 평창 무와 당근, 천안 버섯에 미국산 갈비를 사용한 갈비찜이 나왔다. 디저트는 ‘PEACE’라고 적힌 접시에 금으로 장식한 브라우니와 감귤이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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