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캇(34)의 외침에 관객석에서 더 큰 함성이 터졌다. 25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첫 내한 콘서트 ‘CIRCUS MAXIMUS(서커스 막시무스)’는 스콧 특유의 거칠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스콧은 래퍼이자 프로듀서, 패션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엔터테이너다. 사이키델릭 록 요소를 힙합과 결합한 독자적인 사운드를 구축했고, 카녜이 웨스트의 ‘수제자’로도 유명하다. 이번 투어는 2023년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 ‘유토피아(UTOPIA)’의 월드투어. 북미 등지에서 76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약 170만 명을 모았다.
공연은 초반부터 레이싱카처럼 속도를 높였다. 거대한 바위 구조물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 ‘HYAENA’를 시작으로 ‘THANK GOD’, ‘MODERN JAM’이 연달아 이어지자 약 4만8000명의 관객들은 함께 뛰고 소리쳤다.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무대에 올랐지만 분위기는 이미 절정에 가까웠다.
첫 내한공연인데도 관객과의 교감이 눈에 띄었다. ‘BACKR00MS’, ‘TYPE SHIT’, ‘Nightcrawler’ 구간에서 스콧은 관객 4명을 직접 무대로 불러 함께 래핑했고, 어깨를 맞대며 호흡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민소매 차림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뜨거운 열기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MAMACITA’를 앞두고 스콧이 팔을 크게 원을 그리며 돌리자, 스탠딩석 곳곳에서 관객들이 원을 만들고 서로 부딪히는 ‘모쉬 핏(Mosh Pit)’이 형성됐다. 스콧 공연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로, 특정 제스처가 관객의 집단적 에너지 분출을 촉발한다는 그의 공연 문법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어 감성적 멜로디와 비트 전환이 돋보이는 ‘MY EYES’, 새벽의 취기와 욕망을 고백하듯 읊는 ‘I KNOW?’에서는 음악 속 섬세한 감정의 결이 전달됐다.
클라이맥스는 대표곡 ‘FE!N’. 스콧은 후렴을 불렀다 멈추는 동작을 약 여섯 차례 반복하며 긴장과 폭발을 조율했다. ‘SICKO MODE’, ‘ANTIDOTE’, ‘GOOSEBUMPS’로 무대를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쏟아냈다.
무대 마지막에 그는 태극기를 둘러메고 스탠딩석 앞줄의 팬들과 손을 맞잡았다. “서울, 사랑해. 꼭 다시 올게.” 함성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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