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24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제5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한다. 30일 경주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막판 조율에 나서는 것. 하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이어 미국은 자국 소프트웨어(SW)의 대중 수출 금지 등 맞대응을 시사하면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가 24∼27일 대표단을 이끌고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미국 측과 무역 협상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미국 측도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이번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은 제너바, 런던, 스톡홀름, 마드리드에 이어 5번째 협상이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일 중국이 아닌 해외에서 중국산 희토류를 혼합하거나 관련 기술을 사용했을 때에도 당국으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한층 강화된 조치를 내놨다. 이에 미국은 중국 식용유 수입 중단과 미국산 소프트웨어(SW)가 들어가는 노트북, 항공기 엔진 등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를 검토하며 맞대응을 시사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당장 희토류 통제 조치를 거둬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하이 푸단대 미국문제연구소의 우신보(吳心伯) 소장은 2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제 협상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미국의 압력 행사를 막기 위해선 효과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최근 중국이 취한 조치들이 미국과의 경제무역 협상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국 행정부도 중국의 희토류 조치를 본격적인 경제 전쟁(full-blown economic war)로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번에는 3차 고위급 협상에서 나왔던 ‘90일간의 유예’ 같은 쉬운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단속과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 등을 놓고 ‘원포인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양국이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상회담이 완전히 무산될 수 있는 행동은 피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로써는 미중 정상들이 만나 서로 간의 신뢰를 확인하고, 내년 상반기에 다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는 정도가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