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영웅이 플레이오프 4차전 6회말 1사 1, 3루 상황에서 동점 3점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김영웅(22)이 에이스가 무너진 삼성을 스윙 두 번으로 벼랑 끝에서 건져냈다. 김영웅은 3점 홈런 두 방으로 시즌 ‘종점’으로 향하던 삼성 버스의 핸들은 대전으로 돌렸다.
삼성은 22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김영웅의 동점 3점, 역전 3점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한화에 7-4로 승리했다. 1승 2패로 수세에 몰렸던 삼성은 안방에서 2승 2패로 균형을 맞추고 최종 5차전이 열리는 대전으로 향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영웅이 쓰러져가던 우리 팀을 살렸다”며 “선수, 코칭스태프로 지내며 경험한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평했다.
삼성은 이날 선발 투수 원태인(25)이 한화 3번 타자 문현빈(21)에게만 1회 적시타, 5회 3점 홈런으로 4타점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반면 전날까지 한화 1~3선발을 모두 무너뜨렸던 삼성 타선은 이날 고졸 신인 정우주(19)의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에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정규시즌에 선발 등판 경험이 두 차례, 최다 투구 이닝도 3과 3분의 1이닝에 불과했던 정우주는 이날 3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다섯 개를 잡았다. 삼진 다섯 개 모두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결정구로 던졌다. 그리고 이 다섯 번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다. 삼성 타선은 정우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한화 불펜 김범수(30), 박상원(31)에게 막혀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0-4로 5회를 마쳤다.
하지만 6회 김경문 한화 감독의 모험 수가 실패로 돌아가며 흐름이 급변했다. 6회 마운드에 오른 황준서(20)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3루타, 볼넷, 2루타로 실점한 4-1 무사 주자 1, 2루 위기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 김서현(21)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김서현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홈런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화는 정규시즌 143번째 경기였던 SSG전에서 5-2로 앞선 9회말 2사 상황에서 김서현이 2홈런을 허용해 5-6으로 패했다. 한화의 한국시리즈 직행 희망은 그렇게 날아갔다.
김서현은 ‘가을 야구’에서 명예 회복을 별렀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3점 앞선 9회 등판했다가 홈런을 포함해 2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가을 무대에서 등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 위에 선 것이다.
희비가 엇갈린 한화 김서현(왼쪽)과 삼성 김영웅(가운데). 대구=뉴스1김서현은 이날 처음 상대한 홈런왕 디아즈(29)를 땅볼로 잡아냈지만 이후 김영웅에게 오른 담장을 넘기는 동점 3점포를 허용했다. 김서현은 이후에도 연속 볼넷을 내줘 결국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3분의 2이닝 3실점 기록을 남긴 후 강판당했다.
이후 한화 마운드도 급격히 흔들렸다. 김서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32)은 6회를 추가 실점 없이 막았으나 7회 1사 후 구자욱(32)을 몸에 맞는 공, 디아즈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김영웅을 만났다. 김영웅은 공 단 하나로 양 팀 더그아웃의 희비를 갈랐다. 한승혁이 초구로 던진 빠른 공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 뒤로 3점 홈런을 날린 것이다.
이 경기 전까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6타점을 기록 중이던 김영웅은 이날 연타석 3점 홈런으로 12타점을 기록하며 2017년 오재일(39·당시 두산)과 플레이오프 최다 타점 타이기록을 세우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5차전에서 양 팀 사령탑은 ‘치킨게임’을 예고했다.
김경문 감독은 “오늘 김서현 볼이 나쁘진 않았다. 문동주(22)로 두 경기를 이겼지만 야구가 문동주만으로 이길 수는 없다. 김서현이 5차전에 마무리 투수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서현의 마무리 복귀 소식을 전해 들은 박진만 감독은 “우리가 김서현 올라왔을 때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런데 김서현 나오기 전에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24일 대전에서 열리는 5차전 선발 투수로 한화는 폰세(31), 삼성은 최원태(28)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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