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들이 본 ‘천문’, 세심한 ‘고증’과 ‘여민정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16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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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인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를 먼저 본 역사학자들이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상상을 뒤섞은 작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기록에 남지 않은 장영실의 마지막 행적을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 시도에는 “슬기롭게 그렸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꼼꼼한 고증에 관해서는 “인상 깊다”고 짚었다.

최민식·한석규 주연의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가 26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제작사가 16일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공개했다. 영화가 담은 세종과 장영실 시대의 인물은 물론 자격루 등 당대 발명품에 대한 의견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서준 박사는 “장영실의 자격루(물시계) 발명은 15세기 당시 조선의 천문학이 전 세계적으로도 최첨단을 달렸다는 사실을 뜻한다”며 “당시 이런 과학적인 기구를 이용해 하늘을 관측한 경우는 아랍과 중국뿐”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장영실 역은 최민식이 맡았다. 천민 신분인 장영실의 탁월한 재능을 알아본 세종은 과감하게 그를 발탁돼 눈부신 과학 발전을 함께 이끈다. 세종 역은 한석규가 연기한다. 세종은 천민인 장영실을 종 3품 대호군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통해 신분에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한다. 역사학자들은 영화 ‘천문’이 다룬 세종의 여민정신을 특히 주목했다.

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 박현모 교수(여주대)는 “세종의 과학 업적 중 재조명할 부분은 부흥을 이룩한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지도자의 리더십”이라고 짚었다. 이어 “백성들의 먹고사는 문제, 전쟁 걱정 없이 일상의 기쁨을 누리도록 노력한 지도자와 이런 자세에 감동받아 뜻을 함께한 장영실의 모습이 영화에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제작진은 역사의 인물을 극화하는 데 있어서 필수 관문인 ‘고증’에도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서준 박사는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인 자격루의 원리가 설득력 있게 화면상 잘 드러났다”며 “1년의 길이를 측정하고, 24절기를 관측할 수 있는 ‘규표’, 천체의 운행과 그 위치를 측정하던 천문 관측기 ‘혼천의’ 등 작동 원리도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KBS 드라마 ‘장영실’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한 실학박물관 학예팀 수석 정성희 박사는 “세종과 장영실의 신분을 초월한 인간적 만남과 신뢰, 조선의 천문을 이루기 위한 고뇌와 불굴의 집념이 영화에 담겼다”며 “잔공자 입장에서 천문에 대한 고증 또한 잘 돼 인상 깊다”고 말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천문’은 장영실과 세종의 인간적인 우정과 신뢰에 중점을 둔다. 신분을 뛰어넘는 둘의 믿음, 인재를 기용하는 참된 리더십의 이야기가 관객에 어떻게 다가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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