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정계진출·뇌물·외도 …파란만장’ 신성일, 폐암3기 또 시련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6월 28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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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성일 젊은 시절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배우 신성일 젊은 시절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원로 배우 신성일(80)의 폐암 투병 소식이 28일 전해지면서 파란만장했던 그의 인생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신성일은 1937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 영덕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이후 ‘맨발의 청춘’ 등 수많은 영화의 주연을 맡고 영화상을 수상하면서 명성을 쌓아갔다. 그는 영화 541편 출연, 506편 주연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한 동안 대한민국 대표 미남배우로 군림한 신성일은 ‘세기의 미남’으로 불린 프랑스 배우 알랭 드롱과 비교되며 ‘한국의 알랭 드롱’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한창 인기 절정이던 신성일은 영화 ‘동백아가씨’를 통해 만난 당대 톱스타 엄앵란(81)과 1964년 11월 뜨거운 화제 속에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은 하객과 모여든 일반 시민의 수가 4000여 명에 달했고, 초청장이 엄청난 가격에 암거래되는가 하면 결혼식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호텔 측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결혼식은 지금까지도 ‘세기의 결혼식’으로 회자되고 있다.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이후 신성일은 정치에 도전했다. 그는 내부무·체신부·교통부 장관 등을 지낸 박경원 전 장관의 특별보좌역으로 발탁되면서 정치에 뜻을 품었다. 신성일은 자신의 본명과 예명을 섞어 강신성일이라는 이름으로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한나라당 총재특보를 지냈다. 17대 때는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다 포기했다.

신성일은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광고로비 사건과 관련, 2005년 2월 뇌물수수죄로 구속됐다. 징역 5년과 추징금 1억8700만 원을 선고받고 2년여를 복역한 뒤 출소했다.

신성일은 정계 진출을 후회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은 회고록을 통해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신성일과 만난 일화를 전했는데, 당시 신성일은 “국회의원이 되면 영화배우의 인기에다 권력의 날개를 하나 더 다는 셈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해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오히려 과거보다 더 위축됐다”며 “정당인으로서의 의무를 해야 하고, 간 다 빼주면서 지역유권자 기분에 맞춰야 되고. 이건 내 생리에 맞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를 동안 전 재산을 거의 탕진한 신성일은 이후 영화계에 복귀해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서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했다.

MBC 제공
MBC 제공


신성일은 자서전을 통해 과거 고(故) 김영애 아나운서와 연애했다고 털어놓으면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내 엄앵란을 두고 외도한 사실을 당당하게 공개한 그는 대중의 비난을 샀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신성일은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톱스타 신성일이 여배우 108명과 영화를 찍었는데 스캔들이 없다. ‘애인 있습니까?’라고 물어서 ‘없다’고 하면 믿을 사람 어디 있냐”며 “얼마나 위선이냐. 나는 거짓말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을 통해 엄앵란과 1978년부터 ‘졸혼(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서로 간섭없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엄앵란과 이혼하지 않고 별거하면서 서로의 생활을 간섭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나쁜 남자’라는 비판에도 신성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 눈길을 끌었다.

신성일은 8년째 경북 영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성일가’를 짓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았다. 최근까지만해도 팔순의 나이에도 아침마다 6km 조깅을 하는 모습이 방송에 공개되는 등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기침이 심해져 찾은 병원에서 폐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학계에서 폐암 3기는 5년 생존율이 평균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신성일 측 관계자에 따르면 신성일은 지인에게 “생존율 같은 통계적인 것은 믿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가 황혼의 나이에 맞은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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