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音담잡담] 그 많던 트로트 스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6시 57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박인비 최나연 지은희 등은 ‘세리키즈’로 불린다. 1998년 박세리가 LPGA 메이저대회인 LPGA 챔피언십, US여자 오픈을 제패하던 모습을 보고, 그를 롤모델 삼아 어린 나이에 골프에 입문한 이들이다. 김연아를 본받으려는 ‘연아키즈’ 박소연, 임은수, 또 박찬호를 보며 메이저리거를 꿈꿨던 야구선수들도 많다. 박태환 덕분에 수영 꿈나무도 급증했다. 그만큼 그 분야의 저변도 확대된다. 스타플레이어의 존재는 그래서 큰 의미다.

요즘 트로트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음원시대의 주역인 10·20대들이 일단 트로트에 무관심하고, 그 주 무대였던 지역축제도 아이돌의 차지가 됐다. 아이돌 음악과 힙합에 밀려 발라드마저 위축된 상황에서 트로트의 입지는 불문가지다. 얼마 전 그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릴 정도니 기성세대 누구나 느끼는 문제다.

현재 트로트계의 가장 큰 문제는 스타가 없다는 점이다. 획일화한 가요계에서 ‘4대 천왕’이라 불리던 노장들의 영향력도 예전만 못해졌고, 장윤정에 비견될 만한 신세대 스타도 없다.

한때 가요계에도 ‘장윤정 키즈’가 있었다. 2005년 ‘어머나’ 신드롬 이후 ‘제2의 장윤정’ ‘포스트 장윤정’을 표방하며 수많은 여가수들이 트로트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원자가 몰리면서 나이도 어려졌고, 외모도 걸그룹 못지 않는 등 경쟁력도 높아졌다. 하지만 능력 있는 신인들의 잇단 도전에도, 될 듯 말듯 끝내 ‘스타’는 나오지 않는다. 몇몇은 ‘트로트 스타’의 잠재력을 갖췄음에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트로트계에는 ‘히트곡 하나면 평생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 논리는 되레 ‘트로트 스타’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 트로트가 내실 있는 발전을 이루려면 트로트 가수를 단순히 ‘행사용’이 아니라, ‘뮤지션’으로 키우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가수 스스로도 뮤지션의 자질을 키우는 일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 심수봉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그의 목소리와 음악성이었다. ‘대박 곡’만 좇다보면 트로트 스타는 요원하다.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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