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희 “사람도 작품도 모두 연(緣)”

  • 스포츠동아

배우 김민희는 영화 ‘아가씨’를 통해 가장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그 선택에 대한 판단은 6월1일 관객의 몫. 그는 “과정에 충실해 평가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며 의연한 모습이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배우 김민희는 영화 ‘아가씨’를 통해 가장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그 선택에 대한 판단은 6월1일 관객의 몫. 그는 “과정에 충실해 평가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며 의연한 모습이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영화 ‘아가씨’에서 금단의 사랑 선보인 김민희

제 몫을 다하는게 인연에 대한 보답
관객의 평가? 받아들일 준비 끝났다


배우 김민희에게 사랑에 대해 물었다.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느냐고. 영화 ‘아가씨’를 통해 과감한 사랑의 이야기를 드러낸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민희(34)는 ‘사랑’에 관한 질문에 “행복”이라는 단어로 맞섰다. “어떤 것을 꿈꾼다는 의미는 행복을 전제로 하는 일 같다”며 “꿈을 꾼다면 항상 행복한 것을 바라게 되니까 (사랑에 관해서도)꿈을 꾸지 않는 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릴 땐 몽상가처럼 매일 꿈을 꿨다. 이제는 내게 주어진 현실에서 스스로 발견하려고 한다. 바란다고 전부 이뤄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행복이라는 감정도 내게는 크게 중요치 않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충실히 살려고 한다.”

김민희는 의연했고 어쩌면 초연했다. 배우로 살아온 10년 넘는 시간을 통틀어 가장 파격적인 도전으로 기록될 ‘아가씨’(감독 박찬욱·제작 용필름)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과정에 충실했으니 관객의 평가를 받아들일 준비는 마쳤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전형적이지 않고 보편적이지 않은 인물을 그려가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제 영화로 얻을 결과는 내 몫이 아닌 것 같다. 관객의 평가,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배우 김민희.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배우 김민희.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김민희는 ‘아가씨’ 출연을 결심할 무렵을 떠올리며 “용기가 많았던 때”라고 했다. 앞선 영화 ‘연애의 온도’나 ‘화차’에 출연할 때 역시 “그 순간의 마음에 따랐다”고 돌이켰다.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에서 김민희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연(緣)”이다. “사람도 작품도 모두 연”이라는 말도 자주 했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다. 고마운 마음이다. 작품 안에서 내 몫을 다하는 게 그 연에 대한 보답인 것 같다. 이렇게 말하다보니 그 소중한 연을 내가 잘 지켜가며 살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가씨’는 영화 자체로도, 주인공 김민희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로 기억되고 기록될 작품이다. 1930년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비극적인 시대를 살아간 두 여인의 과감한 사랑은 탄탄하게 구성됐다.

물론 영화의 소재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고, 그 이야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지만 김민희의 연기에 관한 한 이견을 갖기 어렵다. 성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가진 후견인 밑에서 자란 일본인 히데코를 연기한 김민희는 배우가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스스로 부순다. 자신의 도전에 김민희는 “운이 좋았다”고 답했다.

“영화 ‘화차’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연기자의 길을 결심한 순간부터 지금껏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내 상황에 따라 내 마음에 와 닿으면 믿고 했다. 결과를 예측하거나 방향을 고려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충실했고, 운이 아주 좋았다.”

최근 칸 국제영화제에서 돌아온 김민희의 피부는 눈에 띌 정도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 경쟁부문에 오른 ‘아가씨’ 관련 일정을 소화한 탓도 있지만 동시에 칸에서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를 촬영한 여파이기도 하다.

영화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려는 듯한 활동이다. 덕분에 김민희는 ‘아가씨’를 개봉한 뒤에도 두 편의 영화를 관객에게 내놓는다. 홍상수 감독과 연달아 호흡을 맞춘 두 편이 기다리고 있다.

“어릴 땐 관심사를 꼽으라면 할 말이 많았는데 이제는 특별한 게 없다. 하하! 지금은 나의 일, 영화가 중요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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