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박기웅 “‘맷돌춤’ 콤플렉스냐고요? 저를 있게 한 고마운 광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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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21일 0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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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웅은 “형 노릇은커녕 김수현 이현우와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박기웅은 “형 노릇은커녕 김수현 이현우와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드라마 ‘각시탈’이 끝난 뒤 대본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대부분 주인공이었다. 그를 찾는 곳도 많아졌다. 배우 박기웅(28)의 가치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도약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번 더 움츠렸다. 많은 기회를 뒤로한 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를 선택했다. 주인공 김수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관객들은 울긋불긋 주황색 머리에 전자기타를 들고 “내레 인민의 록을 보여주갔어!”라고 외치는 간첩 리해랑을 외면할 수 없다. 박기웅의 ‘미친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비중은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어요.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자유분방하고 인생을 즐기러 온 듯한 리해랑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웹툰도 재미있게 봤고요.”

그의 소신 있는 선택이 대중에게 통한 걸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 치우며 스크린을 강타하고 있다. 이미 개봉 전 최다 예매 관객 수와 국내 오피스 최단 시간 1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넘어섰다. 거침없는 흥행질주에 박기웅도 놀란 건 마찬가지. 그는 “신기록을 보니 몸이 짜릿짜릿하다”며 “연기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니 놀라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박기웅은 영화에서 능숙하게 북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그의 뛰어난 언어 능력은 이미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확인된 바 있다. 실제로 박기웅은 영어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만큼 언어에 재능이 있다. 전공도 중국어다.

“‘최종병기 활’에서 사용했던 만주어를 아직 기억하고 있어요. 언어에 관심이 많아요. 어렸을 때 캐나다 출신 외국인과 같이 살았거든요. 그래서 영어를 저절로 하게 됐어요. 고등학교 때도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에서 1등급을 안 놓쳤어요.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고요. 그런데 수학은 8등급이었어요.(웃음)”
배우 박기웅.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박기웅.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번 영화에서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기타까지 배웠다. 적성에 맞는지 계속 배울 생각이다. 요즘 기타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가수 정엽 박효신 씨와 잘 어울려요. 자유자재로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정말 부럽더라고요. 영화에서는 아마추어로 나오지만 언젠가는 프로 기타리스트처럼 연주하고 싶어요.”

박기웅은 데뷔 초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CF스타였다. 한 휴대전화 광고에서 선보인 일명 ‘맷돌춤’으로 깜짝 스타가 됐다. 이름 대신 ‘맷돌춤’으로 불릴 때가 많았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맷돌춤을 춰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배우로서 콤플렉스가 될 만도 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저에게는 고마운 광고예요. 그 광고 덕분에 출연 제의가 많았거든요. 문제는 편견과의 싸움이었어요. ‘광고로 떴으니 연기를 못할 거야’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 편견을 깨려고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박기웅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화려한 스타가 되는 모습을 꿈꿨다. 하지만 편견과 싸우며 마음을 고쳐 잡았다. 더디게 성장하더라도 기본에 충실하고 내실 있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했다. 데뷔 10년 만에 만개한 것도 인내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느 순간 연기가 좋아졌어요.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죠. ‘연기를 즐기며 차근차근 발전하자’라는 목표를 갖게 됐어요.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에요. 관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는 게 가장 큰 꿈이에요. 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od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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