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연애하고픈 마음 싹 가실만큼 극중 징글징글하게 싸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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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온도’ 주연 김민희

김민희는 실제 성격에 대해 “당돌하고 4차원처럼 보이지만 극중 영이처럼 뒤에서 조용히 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민희는 실제 성격에 대해 “당돌하고 4차원처럼 보이지만 극중 영이처럼 뒤에서 조용히 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설레는 첫 만남부터 달콤한 첫 키스까지…. 차곡차곡 감정의 벽돌을 쌓아가며 관객을 끌어들이는 로맨틱 무비. 하지만 여느 연애 영화와 달리 ‘연애의 온도’(21일 개봉)는 헤어진 다음 날부터 시작한다.

은행 지점에 함께 근무하는 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 헤어진 뒤에도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마주 대하며 지내야 하는 두 사람은 사랑할 때보다 더 뜨거워진다. 영은 동희가 빌려 준 노트북 컴퓨터를 박살내 착불 택배로 부치고, 동희는 헤어진 날 바로 어린 여대생과 소개팅을 한다. 페이스북 비밀번호를 알아내 상대의 새 연애를 방해하고, 휴대전화 커플요금을 해지하기 전 요금 폭탄을 날린다.

신인 노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화려했던 감정이 남긴 냄새나는 찌꺼기들을 곳곳에 널어놓는다. 막 연애를 끝장 낸 영, 김민희(31)를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났다.

“독특한 형식이 매력적이었어요. 꾸미지 않고 생활연기를 해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영과 동희는 서로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인터뷰하듯 카메라를 향해 쏟아낸다. 생각의 거름종이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말들이 상대의 가슴을 후벼 판다. “난 너를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 “난 왜 그지(거지) 같은 남자들만 만나나 몰라.”

여성 감독이 빚어낸 섬세한 대사에 연애를 해본 관객이라면 “그래 맞아”라고 무릎을 칠 만도 하고, 과거의 상처가 덧날지도 모른다. “제가 같이 해본 나이가 제일 어린(33세) 감독이었어요. 학교 졸업 작품 찍는 기분이었죠. 덕분에 젊은 사람들의 연애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었어요.”

싸우는 장면들로 가득한 이 영화. 연애의 당의정을 깨문 뒤 입안에 더 오래가는 쓴맛의 느낌을 정교하게 전달한다. “촬영 중 참 지겹고 징글징글한 느낌이더라고요.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김민희는 이민기보다 세살 연상이다. 이민기가 ‘선배’ ‘누나’ 같은 호칭을 쓰려했지만, 김민희는 처음부터 반말을 하라고 제안했다. “치열하게 싸우는 설정인데 존대를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촬영장에서는 항상 저에게 ‘영이야’라고 불렀어요.”

실제 그의 연애는 어땠을까. 영화처럼 연애의 온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갔을까. “여배우들도 화려한 것은 없어요. 연애 방법과 상황은 다를지 몰라도 감정은 똑같아요. 사랑을 하면서도 외롭고, 마냥 마음 졸이고….”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연애의 온도#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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