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 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13]홍상수의 두번째 도전 황금곰상 품에 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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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를 강타했다.

10일 오후(현지 시간) 베를린 델피 필름팔라스트 극장에서는 포럼 부문에 초청된 한국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가 특별 상영됐다. 영화 시작 전 700석 극장은 만석이 됐다. 극장 입구에서는 한복에 머리를 갈래로 땋은 여성이 큼직한 눈깔사탕을 나눠주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이 영화는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년 안종화 감독 작품)에 변사 해설과 음악, 공연을 곁들인 작품. 영상자료원이 2008년 국내에서 발굴한 영화에 김태용 감독이 다시 각본을 쓰고 총연출을 맡아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었다. 농촌 청년 영복이 상경해 애인과 여동생을 사채업자에게 빼앗길 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관객들은 독특한 형식에 매료됐다. 영화배우인 변희봉 변사의 구성진 말솜씨와 추임새, 배우들의 뮤지컬 같은 공연에 극장에선 웃음과 울음소리가 교차했다. 1930년대 한국에서 한량들이 골프를 치고 카페 마담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도 흥미롭다는 반응이었다. 영화가 끝나자 큰 박수가 이어졌고, 곳곳에서 환호성과 휘파람이 터졌다. 부인과 함께 극장을 찾은 위르겐 뮐러 씨는 “한국에 이렇게 깊은 영화 전통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고, 훌륭한 예술품으로 복원해 재가공한 것에 더 놀랐다”며 “어떤 오페라 공연보다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모두 10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받았다. 아시아 국가로는 가장 많은 수다.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공식 경쟁부문,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연애 놀이’가 단편 경쟁부문에 올랐다. 비경쟁인 파노라마 부문에는 이돈구 감독의 ‘가시꽃’, 김동호 감독의 ‘주리’, 이송희일 감독의 ‘백야’,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등 4편이 올랐다. 10대의 삶을 다룬 작품을 소개하는 제너레이션 부문에는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 김정인 감독의 ‘청이’가 초청됐다.

홍 감독은 2008년 ‘밤과 낮’에 이어 두 번째로 경쟁 부문에 올라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에 도전한다. 그는 이 영화제의 단골손님이다. 1997년 포럼 부문에 초청된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2007년 파노라마 부문의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도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독일 한국문화원은 베를린에서 홍 감독 회고전을 열었다. 홍 감독의 작품 14편을 상영한 이 행사에서 300석 극장은 22일 동안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홍 감독이 방문해 관객과의 대화를 가진 날에는 200여 명이 자리를 못 구해 발길을 돌렸다.

홍상수 감독(작은 사진)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주연
배우 이선균과 정은채. 베를린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올라 황
금곰상에 도전한다. 화인컷 제공
홍상수 감독(작은 사진)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주연 배우 이선균과 정은채. 베를린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올라 황 금곰상에 도전한다. 화인컷 제공
홍 감독의 ‘누구의 딸도…’의 공식 상영일이 수상자 발표 전날인 15일인 점도 수상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력 경쟁작으로 꼽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출신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언 에피소드 인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언 피커’, 루마니아 칼린 피터 네처 감독의 ‘차일즈 포즈’,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의 ‘클로즈드 커튼’도 모두 후반부에 상영한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올해 경쟁작들의 수준을 고려할 때 수상을 기대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베를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베를린 국제영화제#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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