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다시 소년처럼… 세계로 훨훨 날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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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노래하는 구도자’로 돌아온 김장훈

20일 경기 김포시의 한 공연 장비 업체에서 만난 가수 김장훈의 표정은 이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많이 웃었다. 다음 신곡에는 발리우드 영화 같은 유쾌함을 담을 계획이다. “와, 이거 죽인다! 나는 여기(무대)만 올라오면 설레요.” 김포=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일 경기 김포시의 한 공연 장비 업체에서 만난 가수 김장훈의 표정은 이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많이 웃었다. 다음 신곡에는 발리우드 영화 같은 유쾌함을 담을 계획이다. “와, 이거 죽인다! 나는 여기(무대)만 올라오면 설레요.” 김포=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일 오후 경기 김포시의 공연 장비 제작업체 마당. 철재와 목재가 뒹굴고, 제작하고 있는 무대 세트가 어지럽게 널린 그곳에 가수 김장훈(45)이 서 있었다. 영하의 날씨에 칼바람을 맞던 그가 활짝 웃었다. 입원과 공백 끝에 기자들 앞에 목석같은 표정으로 섰던 지난달 모습이 아니었다. 새 공연에 쓸 장치를 확인한 그가 외쳤다. “와, 이거 죽인다!”

김장훈은 얼마 전 비행기 표를 끊었다. 내년 4월 1일자, 목적지는 중국 상하이. 만우절에 한국을 떠나는 그는 “3년 동안 중국과 미국에서 ‘거짓말’ 같은 일들을 해 보이겠다”고 했다. 미국 8개 도시를 돌며 자신의 공연을 겸한 대대적인 ‘코리안 페스티벌’을 열고 현지 록 스타들과 한무대에 서겠다는 것.

그가 이날 김포를 찾은 것은 12월 20∼2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김장훈 원맨쇼 아듀’(5만5000∼9만9000원·02-333-3753) 콘서트 준비를 위해서다. 그는 “당분간은 ‘아듀’가 맞다”고 했다. 공연에 앞서 발표를 연기했던 10집 새 앨범을 다음 달 10일 발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말 공연 제목이 ‘김장훈 원맨쇼 아듀’라고…. 무엇과 이별하고 싶나.

“새 앨범에 실릴 제 옛 곡 ‘노래만 불렀지’의 새 버전에 랩 가사를 넣었다. 1절은 ‘20대 때는 죽고 싶었어’. 2절은 ‘30대 때는 살고 싶었지만 야위었어’, 3절은 ‘40대 때는 평화로워져 진짜 꿈을 찾아 떠나지’가 골자다. 지난해만 해도 전 3절에 있는 줄 알았는데 올해 상황을 보니 2절이더라. 힘든 시간을 겪은 뒤 편안한 3절이 아니라 1절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소년으로 돌아가겠다고.”

―소년으로 돌아가다니….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병실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리고 싶었다. 어른이 돼 공연장에서 와이어를 달고 날았다. 난 초심을 잃었다. 희망과 웃음의 ‘가면’만 보여주려 했다. 이번 공연에서 다시 아이로 돌아가 날겠다. 제 곡 ‘아름다운 비행’을 부르면서 관객 가운데 아픈 사연을 지닌 소녀 하나를 뽑아 함께 무대 위를 날 거다. ‘소년 김장훈’이 돼 소녀와 함께.”

―요즘 어떤 맘으로 노래하나.

“아프니까 ‘딴따라’인 것 같다. 어떤 사건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말 못할 일이 올해 많았다. 20년 이어온 김장훈식 노래의 느낌이 최근 몇 달 새 변했다고들 하더라. 그때는 아픔이 끝인 줄 알았다. 딴따라는 구도자 같아서 벼랑 끝에 서도 안식처를 꿈꾸며 노래하는 거다. 모든 아픔에 감사해야지.”

―3년간 어디를 떠돌 계획인가.

“중국에서 공연 계획을 짠 뒤 미국으로 넘어가 4월 말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투어 첫 공연을 연다. 10만 명까지 입장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을 잡는다. 5월, 중국 닝샤에서 사막 방지화 캠페인과 콘서트를 열고 다시 미국으로 가 연말까지 8개 도시 순회공연을 한다. 전체 예산이 100억 원을 넘을 것 같다. 성공하면 남미 유럽도 갈 수 있겠지. 공연 제목은 ‘2달러의 기적’이다. 2달러의 입장료만 받고 입장료 수익에 그만큼의 제 돈을 합해 현지 단체에 기부한다. 현지 저명인사와 록스타를 무대에 세우고 공연이 중심에 있는, 거대한 코리아 페스티벌로 만들 거다. 현지인들도 움직일 자신 있다.”

―독도나 군위안부 문제와도 당분간 ‘아듀’인가.

“아니다. 현지에서 ‘낭보’를 전해 드리겠다. 그곳에서 전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일단 공연으로 ‘한국 사람은 따뜻하고 멋진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부터 심을 거다.”

―3년 후 계획은….

“돌아오는 해에 조립식 공연장을 지어 1년 365일 공연만 하고 싶다. ‘걱정했는데 잘 해내네. 수면제도 끊고 건강해졌다며?’ 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 내려놓고 떠난 그곳에서 뭔가 얻어서 돌아온다면 한국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장훈#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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