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영화 3편이 온다… 후폭풍은 얼마나 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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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 감독 정지영 고 김근태 민주당 고문이 1985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상황을 생생하게 담는다.

26년 : 감독 조근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2세들이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벌이는 극비 프로젝트.

퍼스트레이디 - 그녀에게 : 감독 한창학 고 육영수 여사 생애 다뤄. 육여사 역은 한은정, 박정희 대통령 역은 감우성. 대선 전 개봉이라 정치적 논란 예상. 》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해 하반기에 ‘정치 영화’가 속속 스크린에 걸린다. 이 영화들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이나 인물들을 담아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올해 초 ‘부러진 화살’로 주목을 받았던 정지영 감독은 ‘남영동’을 선보인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던 1985년 9월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전 고문이 쓴 동명의 자전 수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김 전 고문 역(극중 이름 김종태)은 ‘부러진 화살’에서 변호사로 나온 박원상,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 역(이두한)은 이경영이 맡았다. 영화 장면 대부분은 고문이 자행된 대공분실 515호라는 한 공간을 담았다. 후반부에는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등 다른 고문 피해자의 증언을 담은 장면도 삽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전에 개봉할 예정이다.

17일 오후 편집실에서 전화를 받은 정 감독은 “김근태 씨의 생애보다는 고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고문 피해자의 아픔을 막연하게 아는 관객들에게 고문이 어떻게 인간 영혼을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느끼게 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6년’도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2세들인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경찰 등이 26년 뒤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벌이는 극비 프로젝트를 담았다. 강풀 작가가 그린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조근현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진구와 한혜진, 배수빈 등이 출연한다. ‘그 사람’ 역에는 ‘도가니’에서 악역 교장 역을 맡았던 장광이 출연한다. 지난달 크랭크인을 해 9월 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11월 개봉할 계획이다.

민감한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2008년 9월 한 차례 투자가 무산되면서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작사인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당시 ‘영화를 방해하는 어떤 세력의 입김으로 대기업 투자가 무산됐다’며 외압설을 제기했다. 청어람은 ‘괴물’ ‘작업의 정석’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을 제작했다. 제작사는 개인 투자와 인터넷을 통한 모금 형식의 ‘제작 두레’를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으며 현재 순제작비 46억 원 중 4억여 원을 모았다.

최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지만 액션 장면이 많은 영화여서 규모를 더 줄일 수는 없다. 작품을 통해 5·18의 의미를 젊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 육영수 여사의 생애를 다룬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는 이달 촬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육 여사 역은 한은정, 박정희 대통령 역은 감우성이 맡는다. 드라마 작가 이홍구가 시나리오를 쓰고 한창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사인 드라마뱅크는 대선 전에 영화를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육 여사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유력 대선 주자란 점에서 개봉 때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치 영화의 제작과 개봉 예정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이 영화들이 특정인을 미화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을 담을 경우 유권자가 감성 정치에 휩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영화는 전달력이 강한 매체”라며 “유권자가 미디어리터러시(매체 이해력)를 길러 영화 내용과 실제 현실을 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정치 영화#남영동#26년#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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