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극 주인공 차태현 “두루마기에 갓 쓴 애드리브, 한번 보시겠소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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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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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누명을 쓴 덕무를 포졸들이 옥에 가두는 장면에서 ‘올드보이’의 최민식 선배를 떠올렸죠. 원래 대사는 ‘내 너희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겠다’인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수치스럽소’라는 염소 울음 같은 애드리브가 나오더군요.(웃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8월 9일 개봉)로 사극 영화 주연을 처음 맡은 배우 차태현(36)을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영화가 연출 데뷔작인 김주호 감독은 주인공 ‘덕무’ 캐릭터를 그 해석까지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다. 덕무는 조선시대 서빙고 얼음을 훔치는 도둑들의 우두머리. 우의정의 서자로 태어나 시장에서 잡스러운 책만 느긋하게 뒤적이는, 꾀 많은 인물이다.

‘엽기적인 그녀’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에서 보인 차태현 특유의 능청스러움은 두루마기를 걸치고 상투를 틀고서도 그대로다. 그는 “5년 전 처음 본 시나리오에서 조선시대 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이었다는 얼음을 훔친다는 소재에 매력을 느꼈고 출연을 결심했다”면서 “투자 등 여러 우여곡절 끝에 영화가 빛을 보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작품 배경은 여름이지만 실제 촬영은 지난해 10월 시작해 올해 2월에 끝났다. 얼음 덩어리 3만 개가 들어찬 서빙고를 재현하기 위해 회색 톤의 세트와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다. 서빙고로 연결되는 통로이자 본격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공간인 토굴은 실제로 땅을 파냈다. 물 위에 얼음을 띄워 빼내는 장면을 위해 한겨울에 수중 신을 촬영했다.

차태현은 “춥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찍었다”며 “2011년 개봉한 ‘챔프’ 덕분”이라고 했다. ‘챔프’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배우로서의 생존능력을 높여준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 승호 역할을 맡아 ‘자나 깨나’ 말을 타느라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동물과의 교감을 표현해 내기 위해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와 능력을 잘 아는 ‘영리한 배우’로 통한다. “과장된 연기를 잘 하지 못해요. 임창정은 한 번에 빵 터지는 ‘센 루저(loser)’가 어울리지만 저는 잔재미를 주는 루저 역할이 전문이죠.”

그는 “내 연기가 자연스럽지만 질리는 캐릭터라는 것이 단점”이라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굳이 악역을 맡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예상 가능한 악역’ 시나리오는 모두 거절해 왔다는 것. 단,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 드라마 ‘유령’의 엄기준처럼 차가운 양면성을 지닌 역할은 하고 싶다고 했다.

KBS 주말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촬영이 그의 유일한 고정 스케줄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2집을 내며 활동했던 가수 시절처럼 연기를 위한 경험으로 여기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한 회를 끝까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식탐이 없어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여행을 즐기지도 않아요. 다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타날 의외성에 대한 호기심이 컸죠. 가수 성시경과는 너무 빨리 친해져 신기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008년 ‘과속 스캔들’ 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던 그의 야심작이다. 관객이 얼마나 들 것으로 보냐고 묻자 그는 “850만 명”이라고 답했다. ‘과속스캔들’이 800만 관객을 기록해서다. “저예산 영화나 독립 영화를 찍더라도 전 목표를 한층 높여요. 한 명이라도 더 들어야죠.”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영화#차태현#바람과함께 사라지다#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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