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4년만에 7집 내는 록밴드 ‘델리스파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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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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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인디의 귀환… 세월을 녹였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 감동과 생각거리를 동시에 안겨주는 앨범이 되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7집을 낸 모던록밴드 ‘델리스파이스’. 왼쪽부터 이요한(키보드) 윤준호(베이스) 김민규(보컬) 서상준(드럼). 뮤직커밸 제공·촬영 협조 트릭아트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 감동과 생각거리를 동시에 안겨주는 앨범이 되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7집을 낸 모던록밴드 ‘델리스파이스’. 왼쪽부터 이요한(키보드) 윤준호(베이스) 김민규(보컬) 서상준(드럼). 뮤직커밸 제공·촬영 협조 트릭아트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너의 목소리가 들려/너의 목소리가 들려….”

올여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그린 스테이지에선 거대한 합창이 울려 퍼졌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밖으로 길게 늘어선 1만 명 넘는 관중은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에 맞춰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폴짝폴짝 뛰고 함성을 지르며 오랜 공백기를 깨고 무대에 오른 델리스파이스를 온몸으로 환영했다.

1997년 데뷔해 ‘고백’ ‘항상 엔진을 켜둘게’ 등 모던록의 정수를 선보였던 델리스파이스가 정규 7집 ‘오픈 유어 아이즈’를 29일 발매한다. 1차 예약음반 1만 장은 이미 품절됐다. 발매일 서울 홍익대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쇼케이스 티켓도 매진됐다. 드러머 최재혁이 다른 밴드 ‘옐로 몬스터즈’ 활동을 시작하는 바람에 밴드 구성은 기존 멤버 김민규(보컬·기타)와 윤준호(베이스)에 새 멤버 서상준(드럼) 이요한(키보드)을 더해 재정비했다.

“‘이게 델리스파이스의 음악인가’ 하는 놀라움을 주고 싶었어요.”

앨범 발표를 앞두고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이들의 의도는 적중한 듯하다. 전자음과 보코더(vocoder·목소리를 주파수 성분으로 나눠 다양한 효과를 주는 장치)를 사용한 첫 곡 ‘오픈 유어 아이즈’와 기계음으로 시작하는 ‘세 개의 태양’을 듣고 있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모스부호 치는 소리로 시작해 저음의 목소리를 덧입힌 ‘레인메이커’도 이전의 델리스파이스에게서 들어보지 못한 스타일이다.

타이틀곡 ‘슬픔이여 안녕’에 이르면 이들이 들려주고 싶은 음악의 정체가 또렷해진다. 신나게 두드리는 드럼과 리드미컬한 기타 사운드로 시작하는 노래는 ‘난 다시 날고 싶어/저 푸른 하늘 위로…’ 같은 밝은 가사까지 더해져 듣는 이의 가슴을 둥둥 친다. “우리의 정체성이 록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었죠. 오랜만의 컴백이잖아요.”

그동안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하며 받았던 느낌을 가사로 풀어냈던 델리스파이스는 이번엔 평소의 기분과 생각에 멜로디를 입혔다. 젊었을 적엔 허황된 꿈을 꾸기도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무지개는 없었다’와 기타 선율에 리버브(울림 효과)를 실어 과거를 흘러가게 놔두라고 읊조리는 ‘세월’ 등은 조금 어둡기까지 하다. “살아온 세월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생각을 풀어 쓴 거예요. 삶을 보는 시선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고요.”

1세대 인디밴드로 꼽히는 이들이 데뷔했을 땐 1980년대 헤비메탈록의 열기도 꺾이고 댄스음악이 강세였다. 밴드 음악은 생소했고 ‘인디’란 말도 없을 때였다. 공연장엔 드럼도, 앰프도, 악기 조율 스태프도 아무것도 없어 일일이 장비를 싣고 다녀야 했다. 윤준호는 “밴드 음악의 선례가 없어 모든 걸 몸으로 때우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14년간 거듭하며 얻은 값진 교훈이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든 듯했다. 예전엔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넘어갔지만 이번엔 재녹음을 밥 먹듯 했다.

‘레인메이커’는 완성한 뒤 다시 완전히 뜯어고쳤다. “앨범이 나오면 언제나 아쉬운 점이 있었죠. 이번엔…누군가가 ‘마스터피스(걸작)’라고 표현하던데 쑥스럽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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