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이후… 어느 무슬림의 비애 ‘내 이름은 칸’

  • 동아일보

필라멘트픽쳐스 제공
필라멘트픽쳐스 제공
24일 개봉하는 ‘내 이름은 칸’은 인도판 ‘포레스트 검프’ ‘레인 맨’이다. 인도 제작진과 배우가 미국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자폐증이 있는 리즈완 칸(샤룩 칸)이 장애를 딛고 엮어내는 감동 스토리를 담았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미국 사회를 지배했던 반(反)이슬람 정서 속에서 주인공이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는 줄거리는 ‘포레스트 검프’나 ‘레인 맨’보다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인도에서 태어난 칸은 공부 잘하는 동생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싱글맘 만디라(카졸)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지만 얼마 뒤 9·11테러가 터진다. 무슬림인 칸이 사는 마을에 퍼진 반이슬람 움직임 속에 칸은 아들을 잃는다. 만디라는 칸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며 남편에게 대통령이라도 만나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하라며 울부짖는다.

영화 곳곳에는 9·11테러 이후 무슬림이 겪었던 차별과 정신적 고통이 잘 묘사돼 있다. 공항 검색대 직원들은 칸을 조롱하고, 칸의 양아들 캐비닛은 누군가가 넣어놓은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으로 가득 찬다.

무거운 주제와 달리 화면의 색채는 화려하고 인도 음악은 흥겹다. 인도의 대표 배우 샤룩 칸은 자폐증이 있는 인물을 무겁지 않게 그려내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12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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