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퀴즈프로 ‘퀴즈 대한민국’] “청심환 먹었다”-O “탈락이면 끝”-X “7전8기쯤이야”-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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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7시 00분


9년여간 ON AIR…도전자 6인의 50번째 영웅도전기

12세 초등생부터 79세 최고령까지
예산탈락 100번 넘은 못말리는 6인
초조·긴장 숨막히는 승부…긴 한숨…
네명의 탈락자 “패자부활전 있다!”

퀴즈쇼에 빠진 이유?
심장을 뛰게 해주는 가슴 벅찬 도전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퀴즈 대한민국’ 예심을 통과하고 퀴즈 영웅에 도전장을 내민 출연자들. 왼쪽부터 최고령 도전자 정춘기 씨,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임현주 씨, 초등학생 이수민 군, 예비 치과의사 지영근 씨.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퀴즈 대한민국’ 예심을 통과하고 퀴즈 영웅에 도전장을 내민 출연자들. 왼쪽부터 최고령 도전자 정춘기 씨,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임현주 씨, 초등학생 이수민 군, 예비 치과의사 지영근 씨.
「동화 ‘백설공주’에서 일곱 난쟁이들의 직업은 나무꾼이다? O? X?
정답은 X. 17세기 초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 속 난쟁이들의 직업은 광부다.」

퀴즈 프로그램의 문제를 맞힌 뒤 영웅이 된 듯한 짜릿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당신도 퀴즈 영웅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 5000만 원부터 2억까지,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위성 TV채널에는 거액의 상금을 내건 다양한 퀴즈 프로그램들이 있다. 학력이나 나이, 성별의 제한이 없어 초등학교 졸업 이후 생계 전선에 뛰어든 40대도, 백발 성성한 70대 할아버지에게도 도전의 문은 열려 있다. 이중 KBS 1TV ‘퀴즈 대한민국’은 2002년 11월부터 시작한 장수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49명의 퀴즈 영웅이 탄생했고, 예심에 참여한 사람만 수 만 명이다.

● 10대부터 70대까지, 목표는 똑같이 퀴즈영웅

2월24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TV 스튜디오4의 대기실. ‘퀴즈 대한민국’ 415회 녹화를 앞둔 도전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최고령 퀴즈 영웅에 등극해 기네스북에 오르겠다는 정춘기 씨(79), 주말 부부로 퀴즈 공부에만 매진해 왔다는 김진성 씨(52), 3월 입대를 앞둔 예비 치과의사 지영근 씨(26), 교직 생활 23년째로 상금을 타면 전교생 200명에게 한 턱 쏘겠다는 우영기 씨(45), 그리고 6년 전 출연했다가 초반 탈락했다는 임현주 씨(52)와 초등학생 퀴즈 영웅을 꿈꾸며 울산서 온 이수민 군(12)까지.

여섯 명의 나이와 학력, 사연은 달랐지만 목표는 똑같다. 바로 50번째 퀴즈 영웅이다.

● 청심환이 필요해…녹화 30분 전

녹화 30분 전 ‘퀴즈 대한민국’의 강지숙 작가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편하게 도전하세요! 말실수는 저희가 편집할게요. 답을 말 할 때는 ‘답은 OOO입니다’라고 하시고요. 표정은 밝게, 문제 자막이 뜰 때를 제외하고는 고개를 숙이지 마세요!”

강 작가는 퀴즈에서 사용하는 리모콘을 주고 연습을 권했다. 녹화 중에는 문제 보안을 위해 성우와 스태프에게 접근이 안 되며, 방송 전까지 녹화 내용을 온라인에 올리면 안 된다는 당부도 했다.

“도전자들 들어오세요!”라는 FD의 목소리가 들리자 두 번째 출연하는 임현주 씨가 급하게 청심환을 찾았다.

‘퀴즈 대한민국’ 도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퀴즈에 임하고 있다.
‘퀴즈 대한민국’ 도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퀴즈에 임하고 있다.

● 대결은 시작됐다…전반전

진행을 맡은 조우종 KBS 아나운서가 나온 뒤 녹화가 시작됐다. 전반전은 OX 문제와 객관식 2지선다, 객관식 3지선다 총 3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 OX 퀴즈가 정신없이 지나간 뒤 도전자들의 긴 한숨이 이어졌다. 대기실에서 가장 표정이 밝았던 우영기 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고령 도전자 정춘기 씨의 얼굴도 굳어졌다. 두 사람 모두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푸념도 잠시, 2단계와 3단계가 이어졌다. 전반전 결과 발표 시간. 결국 지영근, 임현주 씨가 후반전에 진출하고, 나머지 네 사람이 탈락했다.

정춘기 씨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인생의 끝은 꼭 퀴즈영웅으로 마무리 하겠다”고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수민 군 역시 “다음 패자부활전에 다시 나오고 싶다”며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다”고 웃었다.

오후 3시30분,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 시간이 되자 방청석에서 탈락자의 가족들이 달려 나왔다. “엄마, 수고했어!” “아까 그 문제 아는건데” 위로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 고지가 보인다…후반전

후반전에 진출한 지영근, 임현주 씨와 지난 주 우승자 이경례 씨(52) 등 세 명의 도전이 시작됐다. 치열한 접전 끝에 3단계 마지막 문제를 남겨 놓고 세 명의 적립금이 공개됐다.

이경례 씨 2500만원, 지영근 씨와 임현주 씨 2000만원. 그런데 마지막 문제를 지영근 씨가 극적으로 맞히면서 이경례 씨와 공동 1위. 동점자 퀴즈가 출제됐다.

“바로크와 신고전주의의 중간에 위치한 이 양식은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 유럽에서 유행하던 것으로...”

문제가 채 끝나기 전에 버저가 울렸다. 이경례 씨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답을 얘기했다. “답은 로코코입니다...”

“정답입니다!”라는 조우종 아나운서의 선언과 함께 영웅결정전 진출자가 확정됐다.

● 마지막은 자신과의 싸움…영웅 결정전, 그리고 새로운 도전

2주 연속 영웅 등극에 실패했던 이경례 씨는 “목표는 초과달성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도전에 나섰다. 도움말 얻기 문제 중 2개를 맞힌 그에게 마지막 지문이 공개됐다.

“부처의 설산수도 장소였다고 전해지는 산, 한 번 돌면 이생에서의 업을 소멸시키고 108번 돌면 해탈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티베트의 영혼, 신의 땅 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산의 티베트 명칭은 ‘강 린포체’로 귀한 설산이라는 의미다.”

자신이 없는 표정으로 고민하던 이경례 씨가 입을 열었다. “답은 룸비니로 하겠습니다.”

스튜디오와 방청석에 정적이 흘렀다.

“정답이 아닙니다. 정답은 카일라스입니다.”

이번에도 퀴즈영웅에 도전은 실패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밝았다. “답을 들어보니 모르는 문제였어요. 4전5기, 다음 주에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는 이경례 씨에게 퀴즈는 다시 펜을 쥐게 해준 건 학업에 대한 꿈이었다. 그리고 영웅결정전에 못 오른 6인의 도전자에게 퀴즈는 심장을 뛰게 해 주는 가슴 벅찬 도전이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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