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빠른 화면… 숨이 막힌다 vs 입체화면… 심장이 뛴다

  • Array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127시간… 바위틈에서 6일간 사투… 극한 상황 헤치는 야성미…
■생텀… 3D 해저동굴 위용 볼만… 다양한 캐릭터 인간미 가득…

《‘살아 있음에 감사를.’ 조난, 모험영화의 미덕은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이 이런 말을 되뇌게 하는 것이다. 고난을 뚫고 살아난 주인공과 한마음이 됐던 관객들은 극장 밖의 햇빛을 보며 삶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개봉하는 ‘127시간’(17일)과 ‘생텀’(10일) 역시 살아 있음의 충만한 안도감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127시간’은 2003년 미국 블루존캐니언 탐험 중 바위틈에 팔이 끼여 127시간의 사투 끝에 극적으로 살아난 에런 랠스턴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성소’를 뜻하는 ‘생텀(sanctum)’은 1988년 14명의 탐험대를 이끌고 호주 널라버 평원의 지하 동굴을 찾았다가 조난당했던 앤드루 와이트 씨가 각본을 맡았다.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영화를 비교했다.》

○ 대니 보일 vs 제임스 캐머런

두 영화의 포스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역시 ‘대니 보일’과 ‘제임스 캐머런’이라는 이름이다. ‘127시간’은 감각적 영상이 돋보였던 ‘트레인스포팅’과 아카데미 8개 부문을 수상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연출한 보일 감독의 신작. ‘생텀’은 지난해 ‘아바타’ 신드롬을 몰고 온 캐머런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보일 감독의 화려한 연출은 ‘127시간’에서도 빛난다. 주인공 랠스턴(제임스 프랭코)이 바위틈에서 벌이는 6일간의 사투는 체험 그대로라면 자칫 지루하게 표현될 만하다. ‘바위 감옥’에서 조난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루에 한 번 머리 위로 지나가는 까마귀를 기다리고,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소변을 받아 마시며, 가족과의 지난 일을 곱씹는 일뿐이다. 하지만 보일 감독은 가정용 캠코더로 들고 찍기, 화면 분할,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랠스턴이 상상하는 즐거운 장면과 현실의 참혹한 상황을 몽환적으로 엮어내는 솜씨도 볼만하다. 인도 출신의 작곡가 A R 라만의 고막을 찢는 강렬한 음악이 관객의 아드레날린 수치를 한껏 높인다.

‘아바타’로 3D 열풍을 몰고 왔던 캐머런 감독은 ‘생텀’에서도 거대 해저 동굴의 스펙터클을 3D영상으로 표현한다. 해저 동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호주 남부 퀸즐랜드 주 일대의 동굴에서 실사 촬영을 했고 길이 40m, 깊이 7m의 물탱크 세트를 동원하는 공을 들였다. ‘아바타’의 제작진인 빌리지 로드쇼 스튜디오가 참여해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해저 동굴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 원맨쇼 vs 팀플레이

‘127시간’은 주연 배우 제임스 프랭코의 원맨쇼라 할 만하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의 친구이자 적인 해리 오스본 역으로 한국 관객에게 낯익은 배우다.

이 영화에서는 극한 상황을 냉철한 판단력으로 헤쳐 나가는 랠스턴 역을 맡아 지성적이면서도 야성적인 매력을 선보였다. 좌절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생생하게 얼굴에 묻어나는 이 영화로 그는 올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미국 현지 시간 27일)에 앤 해서웨이와 공동 진행자로도 발탁됐다.

‘생텀’은 다양한 캐릭터들의 팀플레이가 빚어내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전형적인 모험영화 공식 그대로다. 탐험대의 리더 프랭크(리처드 록스버그)는 고집 세고 냉철하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인물이며, 그의 아들 조시(라이스 웨이크필드)는 유약해 보이지만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팀의 기둥이다. 여기에 이기적인 칼(요안 그리피드)과 무모하고 제멋대로인 칼의 약혼녀 빅토리아(앨리스 파킨슨)가 드라마의 팽팽한 역학구도를 형성한다. 이 같은 인물들 간의 갈등이 영화의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이끌어간다.

두 영화에서 흥행상의 약점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127시간’(15세 관람가)은 심장이 약한 사람이 보기에 부담스럽다. ‘생텀’은 길지 않은 상영시간(108분)에도 스토리가 늘어지는 느낌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