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자꾸 보고 싶네요, ‘동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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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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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한달반 만에 두배로… 이병훈 감독 드라마 특유의 ‘가마솥 시청률’ 주목

MBC 월화 드라마 ‘동이’는 천민 출신으로 숙종(지진희·오른쪽)의 후궁이 된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한효주·왼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근엄하기만 했던 왕을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그리는 등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사진 제공 MBC
MBC 월화 드라마 ‘동이’는 천민 출신으로 숙종(지진희·오른쪽)의 후궁이 된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한효주·왼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근엄하기만 했던 왕을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그리는 등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사진 제공 MBC
MBC 월화드라마 ‘동이’의 시청률이 첫 방송 후 1개월 반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동이’는 ‘허준’ ‘대장금’ ‘이산’ 등의 사극을 만든 이병훈 감독의 작품으로 천민 출신으로 숙종의 후궁이 된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3월 22일 첫 회에서 12.9%(TNS미디어코리아)로 출발했으나 이달 3일 13회에서는 25.2%까지 올랐다. 동이(한효주)가 궁궐에 들어가 감찰부 궁녀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이병훈 감독 특유의 ‘가마솥 시청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마솔 시청률이란 한 번 달궈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뜨거워지면 손이 데일 정도로 뜨겁고 열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가마솥처럼, 드라마가 초반에는 시청률이 높지 않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오르고 마지막까지 이런 상승세가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감독의 작품은 대체로 가마솥 시청률을 보여 왔다. ‘허준’은 1999년 11월 29일 첫 회 시청률 20.8%(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출발했으나 15회부터 40%를 넘기 시작했으며64.2%의 기록적인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대장금’의 경우에도 2003년 9월 15일 첫 방송 시청률은 19.8%였다가 13회에 40%를 넘어선 후 계속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다가 58.3%로 끝났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된 캐릭터=이병훈 감독의 드라마가 초반에 시청률이 낮은 것은 기존 이미지와는 다르게 현대적으로 그려진 등장인물을 시청자들이 낯설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가 일단 등장인물에 익숙해지면 시청률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동이에서는 기존에 근엄한 존재로 그려졌던 왕을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숙종(지진희)은 궁녀들에게 “잘들 지내고 있지”라며 가볍게 손을 흔드는가 하면 내시들에게 농담을 던진다. 시청자들은 ‘깨방정 숙종’ ‘허당 숙종’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 감독은 악녀의 모습만 강조됐던 장희빈(이소연)에게 똑똑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정치가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후덕하게만 표현됐던 인현왕후(박하선)는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로 그렸다.

이 감독의 후배 연출자는 “시청률이 갈수록 상승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캐릭터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면서 보게 되기 때문”이라며 “초반에는 낯선 캐릭터들이 외면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캐릭터들이 낯섦을 극복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병훈 감독
이병훈 감독
▽낯선 역사적 공간과 소재=이병훈 감독의 드라마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역사적 공간도 새롭다. ‘동이’는 궁중 음악과 무용을 관장하는 장악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최근 감찰부로 옮겨갔다. ‘대장금’에서는 수라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고, ‘이산’에서는 도화서가 등장했다. 수라간, 도화서, 장악원 등은 기존 역사 드라마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공간이다. 동이에서는 검계(천민 저항조직), 오작인(시체검시 보조인) 등 낯선 역사적인 소재도 등장한다.

이 감독은 “낯선 소재들은 때로는 시청자의 호응을 얻어내는 데 실패한다. 하지만 숙종의 이야기를 하면서 숙종 시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던 검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연출자의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이’의 시청률이 최근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앞으로 추가 상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대장금과 이산에서 봐 왔던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스토리 구조가 동이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며 “시청자들이 이런 스토리에 익숙하기 때문에 더는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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