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누나 최진실 뒤따라… 최진영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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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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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사람이란 것에 지치고 살아온 것들에 지치고 이런 나 때문에 지친다”

자택서 목매 숨진채 발견…지인들 “평소 우울증 증세”
내일 발인 누나 곁에서 영면

영화배우 고 최진실 씨의 남동생인 방송인 최진영 씨(39·사진)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다락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08년 10월 누나 최 씨가 자살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4분 최 씨가 논현동 자택 3층 다락방에서 전기선으로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어머니 정모 씨(63)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정 씨는 “최 씨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집안을 살펴보다 최 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오후 2시 45분경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도착했을 당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병원 측 관계자는 “도착하자마자 최 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최 씨 목 주변의 줄을 매단 듯한 붉은 자국으로 미뤄 최 씨가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병원은 “최 씨 유가족들이 부검을 원치 않고 타살 가능성이 없어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 씨 사망 직후 자택을 조사했지만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족과 지인들을 상대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 씨의 지인들은 “최근 들어 최 씨가 자주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면 힘들다거나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평소 최 씨 언행 등으로 미뤄 지인들은 “최 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최 씨의 한 지인도 “누나의 자살 후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지난해에도 한 차례 약물 과다 복용으로 병원에 실려가 위세척을 했던 사실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미니홈페이지에는 평소 그의 우울증을 암시하는 쓸쓸한 글들이 올라와 있다. 최 씨는 지난해 3월 “지친다. 사람이란 것에 지치고 살아온 것들에 지치고 이런 나 때문에 지친다”는 글을 남겼다. 미니홈피 대문에는 고인이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양손으로 입을 가린 채 위를 쳐다보는 흑백 사진도 걸려 있다. 이날 빈소가 차려진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고 최진실 씨의 전 남편인 조성민 씨와 개그우먼 이영자 씨, 모델 이소라 씨, 가수 엄정화 씨 등 지인들이 다녀갔다.

자살 소식이 알려진 뒤 최 씨의 미니홈피에는 누리꾼들의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다. ‘어떡해’라는 이름의 누리꾼은 “며칠 전 TV에서 최진실 씨의 아들딸이랑 웃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보기 좋았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명복을 빌어요’라는 이름의 누리꾼은 “지금 누구보다 제일 슬플 당신의 어머니를 보살펴주셨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1993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고인은 이후 가수, 영화배우, 탤런트 등으로 활동해왔으나 누나의 자살 이후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조카들을 보살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해 누나의 바람대로 한양대 연극학과에 2009학번으로 입학하고 이달 2일에는 기자간담회에서 연기 활동 재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장지는 최진실 씨의 납골묘가 있는 경기 양평군 갑산공원으로 결정했다. 발인은 오전 31일 오전 7시. 02-2019-4000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최진영 사망…목 주변 붉은 자국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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