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시청자 ‘낚시질’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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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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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출처=iMBC 홈페이지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출처=iMBC 홈페이지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의 시청률이 8주 연속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상파 전체 시청률에서 여전히 1위를 점하고는 있으나 9월 7일 43.5%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래 30%대로 하락하고 있는 것.

시청률 하락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느려진 극 전개다. 처음 기획된 50회에서 62회로 드라마 분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야기가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드라마를 보면 시도 때도 없는 '낚시 입질', 주변 인물들의 '허무개그식 만담'이 잦아졌다.

예를 들어 주요 인물의 다음 행동을 짐작할 만한 중요한 대사가 나와야 할 순간, "그러니까 그건!"이라고 화면을 끊어 버리거나 "그러니까 그런 것이군요."라고 자기네끼리만 아는 소리를 하며 시청자들의 애를 태우는 장면이 반복된다.

주로 덕만 공주(이요원 분)의 집무실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12일 방영한 41회에서 미실(고현정)과 함께 나타난 춘추(유승호)가 신료들 앞에서 왕위계승권을 주장하자 덕만, 유신(엄태웅), 알천(이승효) 세 사람은 미실의 의도를 놓고 분석에 들어갔다.

유신은 "첫 번째는 우리를 분열을 노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게 너무 엄청난 것이라 저도 믿기 어렵고…"라며 한참 뜸을 들이다가 "춘추공이 당한 것"이라고 두루뭉술한 말을 한다. 이 말은 들은 알천은 "무슨 소리야. 춘추공이라니?"라고 마치 시청자를 대신하는 듯 유신에게 물어 보지만, 덕만은 다 알아듣고 "설마 정말 그런 일이!"라며 놀란다.

작가의 '입질'은 42회에도 이어진다. 주요 인물들은 미실의 다음 행보를 두고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한다. 미실을 만나고 온 덕만이 신하들에게 "미실은 이미 마음을 굳혔습니다!"라고 하자, 비담(김남길)은 "미실은 결국 그 길을 가겠다는 겁니까?"라고 한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러니까 그 길이 뭐냐고!"라며 속 터져하는 반응이 많았다. 해답은 다음 편에서 미실이 난을 일으켜 직접 대권 도전에 나선다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이미 위와 같은 장면이 계속되며 조금씩 힌트가 추가되는 바람에 김빠진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또한 미실파, 덕만파, 서라벌 10화랑 계파 등 등장인물은 많으나, 대부분 극 전개와는 상관없는 너스레로 시간을 때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랑의 우두머리 풍월주를 뽑는 비재 편에서도 낭도들이 우르르 모여서 유신이 이긴다고 떠드는 장면이 너무 자주 나와 정작 비재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수다스럽고 코믹한 감초 캐릭터의 필요성은 분명 있다. 이들은 때때로 작가의 분신처럼 시청자들에게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진행 내용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도 나도 코미디를 하는 통에 유신, 알천, 비담 등 굵직한 인물들의 분량까지 죽인다면 문제가 된다. 실제로 비담이 스승 문노(정호빈)와 대적하기 전 자살 시도를 하는 장면이나 문노의 죽음이 비밀에 부쳐진 이유 등 대본에 나오는 중요한 대목은 시간 관계상 말 그대로 댕강댕강 잘려 나갔다.

게다가 드라마 뒤에 나오는 예고편이 본편과 다른 내용이 많아 "예고편은 낚시 밥"이라는 팬들의 원성도 적지 않다.

37회 마지막에 방송된 예고에서 비담은 염종(엄요섭)에게 "우리가 만들 다음 왕은 우리 어머니 미실"이라고 했으나, 이는 비담이 한 대사를 앞뒤 자르고 짜깁기 한 것이었다. 38회 본방송에서 비담은 "우리가 만들 다음 왕은 그 애(춘추)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돌아서서 혼잣말로 "우리 어머니 미실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라고 말했다. 예고편만 보고 이리저리 앞으로의 극 전개를 추리하던 팬들은 "낚시 떡밥인 줄 모르고 덥석 물고 말았다"고 허탈해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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