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라자] 조성은 “혼혈배우 흉내내다 ‘살인사건’ 잡았죠”

  • 입력 2009년 10월 6일 0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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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신예가 나타났다.

세련된 외모와 함께 야무진 면모를 엿보게 하는 것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다. 그 열정은 앞으로 걸어갈 길에 거침이 없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조성은(23)은 그 거침 없는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당찬 연기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미군 범죄수사대 요원으로 등장한 조성은은 아직 신인의 허물을 벗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두 한국계 미국인 용의자의 이야기를 미스터리 형식에 담아낸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보여준 냉정한 이미지는 많은 관객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 배역을 따낸 과정은 남다른 면모의 한 단면이다. 자신의 친구가 용의자 역 오디션을 본다며 대사를 영어로 번역해달라기에 들여다본 시나리오. 그녀는 자신도 오디션에 응하겠다며 친구를 졸라 캐스팅 디렉터를 소개받았다. 사건에 대한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냉정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가 자신의 마음에 쏙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미 혼혈 출신 배우를 기용하려던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캐스팅 디렉터에게 전화해 어눌한 우리말 발음으로 혼혈 배우를 흉내냈다. 이후 사실이 들통났지만 조성은은 “꼭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디션에서 영어와 우리말을 번갈아가며 연기한 끝에 결국 배역을 따냈다.

현재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성은은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들이 미국으로 이주를 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현지에서 살았다. 2004년 돌아온 그녀는 MTV 코리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영어 말고도 미국에 살면서 익힌 스페인어는 활동을 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아버지와 가족들의 연예 활동에 대한 반대는 높은 벽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시는” 부모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설득했다. 그녀의 부모는 이제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

기회를 엿보던 조성은은 KBS 2TV 드라마 ‘남자이야기’와 현재 방송 중인 SBS 드라마 ‘두 아내’에 출연해왔다. 그리고 ‘이태원 살인사건’을 거쳐 새 영화 ‘아빠는 여자를 좋아해’를 촬영 중이다.

극중 밝고 털털하면서도 “푼수끼 많은” 신인배우 역으로 극중극 킬러 역을 맡아 카리스마 강한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실로 다양한 매력을 뿜어낼 수 있을 만한 기회인 셈이고 그 당찬 면모가 이미 준비된 것임을 읽게 한다. 그녀가 이런 기회를 얻기까지 고민도 적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워가던 그녀는 M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린 나이에 겉멋이 들어 연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닐까”라며 끊임없이 회의했다. 그리고 “이건 아니다. 공부하자”며 학업에 충실해왔다.

하지만 남은 건 후회였다. “부모님 몰래 연기학원을 다니며 연기를 공부했다. 과외, 영어강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피곤한 일상을 살았지만 재미있었다”며 밝게 웃는 조성은은 “5년, 10년, 20년 뒤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연기를 마주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며 도서관에서 남학생들의 음료수, 쪽지 공세를 받곤 한다는 그녀는 ‘걸즈 힙합’ 댄스에도 능하다. 미국에서 생활하던 당시 배운 어쿠스틱 기타 솜씨도 제법이다.

“연기자로 정착한 뒤에는 유학을 떠나 새롭게 연기 공부를 더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조성은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면서 “친구처럼 대중 곁에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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