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의 男과 女… “이건 몰랐을걸”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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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TV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인기몰이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사소한 것 하나부터 너무나 다른 남녀.”(‘남녀탐구생활’ 오프닝) 케이블채널 tvN의 ‘롤러코스터’ 속 코너 ‘남녀탐구생활’은 소개팅 직전이나 동성 친구들을 만날 때를 비롯해 특정 상황에서 남녀가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를 그린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남녀의 차이를 사실적이면서 과장되게 묘사한 것이 웃음 포인트. 주인공인 개그맨 정형돈(남), 신인배우 정가은(여)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성우의 무미건조한 내레이션을 곁들여 재미를 더한다. 7월 18일 케이블가구 시청률 0.54%(TNS미디어코리아)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26일 2.06%를 올렸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tvN 사무실에서 ‘남녀…’의 작가 김기호 씨(33·남)와 김지수 씨(26·여)를 만나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들었다.》

손도 안씻는 남자… 깔끔 떠는 여자…
男女차이 과장된 묘사 웃음자아내

○ 우연히 나눈 대화가 프로그램 소재로

“난 화장실에서 볼일 본 다음에 손 안 씻는데…. 손에 묻지도 않았는데 왜 씻죠?”(남자 제작진 중 한 명)

“꺅,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여자들은 공중화장실 변기에 앉는 게 찜찜해 휴지를 변기에 깔고, 변기에 몸이 닿지 않게 기마 자세로 볼일을 보는데….”(여자 제작진 중 한 명)

‘남녀…’는 우연히 탄생한 코너다. 5월 ‘롤러코스터’ 회의에서 한 남자 제작진이 본인의 화장실 이용법을 무심코 이야기한 것이 계기가 돼 남녀의 차이점을 콩트 소재로 삼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

“이미 알려진 남녀의 차이를 아주 세세하게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예요. 예를 들어, 단순히 ‘남자들은 여자보다 위생관념이 덜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비위생적인지를 디테일하게 보여주자는 것이죠.”(김기호 씨)

‘남녀…’는 7월 방송된 ‘공중화장실’ 편과 ‘대중목욕탕’ 편이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대중목욕탕’ 편에는 샴푸 팩 화장품을 한가득 싸가지고 목욕탕에 간 뒤 다른 여자의 몸매와 자신을 비교하고, 사우나에서 실컷 땀을 뺀 뒤 살이 0.5kg밖에 안 빠졌다고 낙심하는 여자의 모습이 나왔다. 남자는 빈손으로 목욕탕을 찾아 누군가가 쓰고 간 때수건을 다시 쓰고, 목욕탕에 비치된 공용 로션을 바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 미용실 이용하기-운전하기편 구상중

현재 두 작가가 구상 중인 아이디어 가운데에는 ‘미용실 이용하기’ 편과 ‘운전하기’ 편 등이 있다.

“남자들은 미용실에 가면 나도 모르게 위축돼요. 헤어 디자이너가 내 머리를 만져 새로운 스타일로 해놓으면 마음에 안 들어도 그분은 전문가니까 어쩔 수 없이 ‘네, 네, 괜찮아요’라고 답하죠. 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머리를 다시 감아버려요.”(김기호 씨)

“여자들은 미용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해요. 기다리는 동안 네일 케어도 받고, 최신 패션잡지도 완독하고…. 미용실에서 권하는 두피 마사지, 영양 클리닉까지 받다 보면 결국 예상 금액이 초과되지만 ‘나 자신을 위해 이 정도는 쓸 수 있어’라고 합리화하죠.”(김지수 씨)

남녀의 운전하는 모습도 다르다. 김지수 씨는 “여자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상대 운전자가 날 무시한다는 피해의식이 있다”며 “애써 쿨하게 끼어들기를 시도하다가 멈칫하고, 깜빡이를 켠 뒤 ‘너무 빨리 켜서 초보 티 나면 어떡하지?’라며 걱정한다”고 말했다. 남자 운전자의 특징으로는 모르는 길을 묻지 않고 혼자 찾으려 하고, 다른 차가 내 앞으로 끼어드는 걸 참지 못하는 모습 등을 구상 중이다.

○ “이별 후의 모습, 어떻게 그릴지 고민중”

‘남녀…’의 시청자들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남녀 배우의 행동에 “맞아, 맞아” 박수치며 웃는다. 그만큼 작가 관점에서는 대다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대본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코믹한 대사를 써도 공감 가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안 좋아해요. 남녀가 이별한 뒤의 모습,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접근하는 모습은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개인차가 워낙 커서 어떻게 쓸지 고민 중입니다.”(김기호 씨)

“여자들은 대개 헤어진 뒤 예전 남자친구와 전혀 다른 사람을 찾으려고 해요. ‘다시는 술 마시는 남자 안 만날 거야’라고 다짐하는 식이죠. 하지만 결국 새로 만나는 사람을 보면 예전 남자친구와 비슷해요. 여자가 이별한 뒤의 모습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은 있지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지 확인작업이 필요합니다.”(김지수 씨)

‘남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하는 작가들의 부담도 커졌다. 이들은 “지금까지는 재미를 위해 여자의 허영심, 남자의 무심함 등을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앞으로는 남녀의 아픔도 그릴 계획”이라며 “방송을 통해 남녀가 서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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