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실황 담은 라이브 음반 출시… 완벽주의 아티스트 김동률

  • 입력 2009년 5월 25일 07시 58분


1회용 인스턴트 음반이 아닌 현장음악 그대로 담고 싶었다

완벽주의자가 틀림없다. 지난 해 나온 그의 음반(정규 5집)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같은 해 열린 그의 공연을 현장에서 본 관객이라면 ‘완벽주의자 김동률’이란 말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탁월한 가창력을 보유한데다 치밀함을 자랑하는 노래로 재능을 과시하는 김동률(35)이 또 한 번 ‘남다른’ 일을 저질렀다. 요즘 가요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공연실황을 담은 라이브 음반을, 그것도 CD 3장 분량으로 출시했다.

“지난 해 10만 장이 팔린 5집 제작비보다 돈이 더 들었다”는 그의 설명처럼 이번 음반에서도 역시 김동률의 완벽주의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 “제 여자친구가 어디 가서 창피하면 안 되잖아요”

김동률은 열악한 가요시장에서 돈과 노력을 쏟아 부은 라이브 음반을 발표한 것을 두고 “네버 엔딩 작업”이라고 엄살을 부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두 번 듣고 마는 음반이 아니라 감상용, 현장용 음악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는 속마음을 꺼냈다.

3장의 CD에 담긴 35곡은 전람회 시절 부른 ‘기억의 습작’부터 이적과 활동했던 듀엣 카니발의 노래 ‘그땐 그랬지’, ‘거위의 꿈’을 비롯해 최근에 만든 ‘그건 말야’, ‘멜로디’까지 다양하다.

“공연을 본 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음악과 현장을 공유하는 의미로 서로에게 좋은 선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선물이란 생각에 시작했지만 작업은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 지난 연말부터 음반을 완성한 6개월간 김동률은 하루에 담배 1갑은 꼬박 피워야 하는 ‘안개 속’ 생활을 계속했다.

이는 음악에 관한한 악착같이 달려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김동률의 성격 탓이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정한다”는 그는 ‘여자친구론’을 꺼냈다.

“만약 제 여자친구가 어디 가서 김동률 연인이라고 말할 때 부끄럽다면 어떻겠어요(웃음). 팬도 마찬가지죠. 팬들이 어디서 싫은 소리를 듣는다면 정말 속상할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음악을 쉽게 만들 수 없는 이유죠.”

○ 15년 동안 대중과 ‘소통’하는 노하우?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를 누리는 건 아니지만 20-30대를 중심으로 팬 층을 탄탄하게 쌓은 김동률은 복 많은 가수다. 지난 해 4회에 걸쳐 열린 그의 공연은 전석이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낳았다. 특히 발라드 가수로서, 1만 명 규모의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2번이나 빼곡히 채우는 저력도 드러냈다.

“제가 좋아야 남들도 좋아한다는 단순한 논리에요. 유학(버클리음악대학 영화음악 전공) 도중 팬들이 제 노래를 좋아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자아 정체성을 알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하던 대로 하자’가 됐죠.”

김동률은 예상 밖의 이야기도 꺼냈다.

“5집이 성공한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죠. 음반을 내기 전에는 항상 암담한 상황을 생각해요. 다행히 아직 겪어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올 거란 생각에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는 했어요.”

그는 “솔직히 지금 이 시기에 라이브 음반을 낸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 아니냐”며 “35년 동안 한국에 살며 쌓은 감성을 비슷한 또래의 팬들이 함께 향유해주는 것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 음악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음악하는 일

김동률은 라이브 음반을 만들며 연주자들에게 저작인접권료를 꼼꼼히 챙겨준 건 물론이고 일본 스태프들을 초청해 녹음에도 도움을 받았다. 심지어 정규 음반을 제작할 때보다 녹음실 사용시간도 더 길었다.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지만, 역으로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작업을 그는 고집스레 하고 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 공연에는 제작비만 무려 1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음악과 공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배포’가 크다.

“공연 표가 초반에 매진되지 않았다면 몸을 사렸겠죠(웃음). 모두 팔리니까 ‘그냥 쓰자’란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동안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에만 몰두했다면 이제는 기획부터 연출, 무대를 구현하는 일까지 조금 알겠어요.”

김동률은 6월 말 유럽으로 떠난다. 여행하면서 특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다. 두 도시에는 그의 음악 동료인 롤러코스터의 이상순과 작곡가 정재형이 머물고 있다.

“두 달 정도 유럽을 여행하며 음악 작업을 할 거예요. 음반 발표를 빨리 하라는 주위의 성화가 있지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누가 노래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여행에서 돌아오는 대로 그는 가을께 앙코르 공연을 열고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자신감으로 꽉 찬 음악인을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진짜 음악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또 한 번 찾아온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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