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거나… 서글프거나… ‘순수청년의 인생반전’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이게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말랑말랑한 팝 가수를 꿈꾸다 졸지에 죽음과 악마를 노래하는 데스메탈 멤버가 되어버린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디트로이트 메탈시티’. 사진 제공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이게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말랑말랑한 팝 가수를 꿈꾸다 졸지에 죽음과 악마를 노래하는 데스메탈 멤버가 되어버린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디트로이트 메탈시티’. 사진 제공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음악이 없으면 꿈도 없다 (No music, no dream).’

팝 가수가 되려고 상경한 스물셋 순수청년 네기시 소이치(마쓰야마 겐이치)에겐 꿈도 있고 음악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모진 반전의 연속인 법.

평소 좌우명이던 이 말이 인생의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 》

日인기만화를 원작으로 영화화
‘데스노트’ 마쓰야마 연기변신 눈길
꿈꾸는 사람들 슬픈 자화상 그려

21일 개봉하는 영화 ‘디트로이트 메탈시티’는 메탈그룹이 등장하지만 음악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웃기자고 작정한 코미디(홍보사는 영화를 ‘기절초풍환장 코미디’라고 내세웠다)도 아니다. 왜냐면 이 영화는 가슴속에 이루지 못한 꿈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소이치는 밴드 모집 포스터에 적힌 ‘음악이 없으면 꿈도 없다’라는 문구를 보고 무작정 ‘데스 레코드사’에 지원한다. 그가 들어간 곳은 악마와 죽음을 소재로 하는 헤비메탈의 일종인 데스메탈 밴드 ‘디트로이트 메탈시티’, 줄여서 ‘DMC’. 순식간에 그는 ‘1분에 계집 11명을 겁탈한 기록이 있다는 지옥의 테러리스트’ 보컬 크라우저 2세로 ‘취직’한다. 이때부터 연습실에 ‘출근’해 악마의 화신이 되는 소이치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때로 불행은 선택권이 없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건지 모른다. 소이치를 데스메탈의 전설로 만들려는 여사장의 계략에 그는 ‘이건 아닌데…’라면서도 힘없이 굴복한다. 무시무시한 분장을 한 그는 살아남기 위해 이마에 ‘죽일 살(殺)’자를 쓰며 무대에 오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크라우저로 분장하면 거칠게 돌변하는 자신에게 당황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코미디다. 하지만 본심을 숨기고 살아가는 현대인과 포개지면 우습고 서글픈 장면이 된다.

2005년 연재를 시작한 같은 이름의 원작 만화는 약 500만 부를 판매하며 인기를 모았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원작 만화 속 소이치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괴로워하는 심각한 모습이라면 영화 속 소이치는 어수룩하면서 엉뚱하다. 영화 ‘데스노트’의 주인공인 천재 명탐정 엘(L) 역을 맡은 마쓰야마 겐이치가 이 영화에선 어딘가 덜떨어져 보이는 소이치 역을 맡았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소이치는 유일한 희망이던 첫사랑 아이카와 유리도 떠났고 야심차게 만든 자작곡 ‘라스베리 키스’도 혹평을 받는다. 하지만 인생은 반전의 연속. 새 싱글 ‘원한의 지옥’이 일본 메탈의 역사를 다시 쓰며 히트한다. 이 같은 성공과 팝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의 괴리 때문에 소이치의 고민은 점점 깊어진다. 영화는 소이치 엄마의 입을 빌려 말한다. “세상 모두의 꿈이 이뤄질 필요는 없잖니. 하지만 꿈꿀 자유까지 없는 건 아니야”라고. 영화에 나오는 데스메탈의 가사들이 다소 센 편이지만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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