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버라이어티’ 예능프로에 ‘버라이어티’는 없고…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1분


방송3사 일요일 저녁 프로 ‘먹고 게임하기’만 넘쳐

‘지상파 TV 일요일 저녁 시간대는 연예인들이 모여 게임하고 밥해 먹는 시간인가.’

일요일 오후 6∼8시는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앉아 휴일을 마무리할 때다. 지상파 3사는 이 시간에 모두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건다. MBC ‘일밤’, KBS ‘해피선데이’, SBS ‘일요일이 좋다’가 자리 잡고 있는 이 시간대는 3사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때 중 하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엇비슷한’ 내용을 보여준다.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출연진의 진솔함을 보여준다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해 스타들의 솔직담백함을 전하려 했지만 실상은 자기들끼리 ‘먹고 노는’ 무대가 됐다.

15일 방송을 보자.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는 지난주에 이어 강원 횡성군 삼배마을편을 내보냈는데 게임과 식사 외엔 할 얘기가 없는 듯했다. 찐빵과 추어탕을 만들어 먹고 냄비뚜껑 차서 떨어뜨리기, 출연자 학적기록부 퀴즈로 한 회가 지나갔다.

KBS ‘해피선데이-1박 2일’도 마찬가지였다. 실내·야외 취침자를 뽑는 ‘복불복’ 게임은 고정코너이고 이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선보인 족구를 다시 하고, 서로 더 먹으려고 싸우고…. 두 프로그램이 여행과 수련모임(MT)을 결합한 형식이라고 하지만 여행의 풍미를 보여주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가상 부부의 일상을 다루는 MBC ‘일밤-우리 결혼했어요’도 다를 게 없었다. 이날 네 커플이 부부단합대회라며 운동회를 벌였다. 종목은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숱하게 등장했던 줄다리기, 박으로 머리치기, 장기자랑. 이후 라면과 김밥을 먹었을 뿐이다.

이처럼 지상파 3사가 일요일 오후 비슷한 시간대에 ‘먹고 게임하기’ 등 닮은꼴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통에 시청자들은 자신이 어느 채널을 보는지 헷갈릴 정도다.

여행과 수련모임 형식을 접목한 포맷은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이 먼저 시작했다. 이후 SBS ‘패밀리가 떴다’가 나왔고 당초 다른 포맷으로 출발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점점 닮아가고 있다. 시청률에 골몰한 나머지 어느 정도 시청률이 확보되는 포맷을 흉내 내는 일이 빚어진 것이다.

세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내리막길이다. 한때 30%를 웃돌던 ‘패밀리가 떴다’는 15일 23.9%(TNS미디어코리아)에 그쳤고 ‘해피선데이-1박 2일’도 18.3%로 하향세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11%에 그쳤다. 시청자들이 이제 식상했다는 신호가 아닐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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