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약혼자와 결혼? ‘막장드라마 혼인관계’ 법대로 하면…

  • 입력 2009년 1월 25일 18시 06분


KBS 드라마 너는 내 운명
KBS 드라마 너는 내 운명
시이모의 조카와 결혼 - 겹사돈도 법적으로는 가능

'인기 드라마 속 혼인관계' 법으로 다시 보기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살아 돌아왔다면? 시이모 조카에 대해 애틋한 감정이 생겼다면? 사촌의 약혼자와 결혼했다면?

인기 드라마 속에 비정상적인 약혼, 결혼 관계가 자주 등장하자 소위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막장 드라마'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얽히고설킨 관계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면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일까?

한국가정법률상담소로부터 드라마 속 혼인 관계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받아 보았다.

Q1: '너는 내 운명'(KBS1)에서 강호세(박재정)는 김수빈(공현주)에게 일방적인 파혼을 선언하고 김수빈의 사촌인 장새벽(윤아)과 결혼한다. 한 쪽의 일방적인 파혼 선언이 법률상 유효할까?

A1: 약혼은 장차 혼인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지만 약혼한 사이라고 해서 혼인을 강요할 수는 없으므로(민법 제803조) 강호세와 김수빈의 파혼은 유효하다. 다만, 약혼자가 법으로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파혼을 선언한 경우 파혼을 당한 자는 약혼 해제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806조). 즉, 약혼자가 아닌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유로 인한 파혼은 가능하지만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것.

민법이 정한 약혼 해제 사유로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금고, 징역, 사형 등)의 선고를 받거나 금치산, 한정치산의 선고가 있다.(민법 제 804조 1,2호)

Q2: 근친 사이의 결혼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너는 내 운명'(KBS1)에서 입양된 장새벽은 사촌 김수빈의 약혼자였던 강호세와 결혼할 수 있을까? 강호세의 여동생 강유리(이설아)와 장새벽의 오빠 김태풍(이지훈)은 사돈 관계인데 결혼이 가능할까? 또 '유리의 성'(SBS)에서 시집살이로 마음 고생하던 정민주(윤소이)가 이혼을 한다면 시누이 옛 애인이자 시이모의 조카인 박석진(김승수)과 혼인이 가능할까?

A2: 입양된 장새벽은 사촌 김수빈의 약혼자였던 강호세와 결혼할 수 있다. 이들은 금혼 범위내의 혼인이나 혼인무효, 혼인취소의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강호세의 여동생 유리와 장새벽의 오빠 김태풍도 결혼할 수 있다. 법적으로도 겹사돈은 가능하다.

민법 809조는 일정한 근친자 사이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결혼은 아예 혼인신고가 불가능하다. 금혼 범위에 해당되는 근친자 사이의 결혼은 다음과 같다.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 친 양자 입양 성립 전 8촌 이내의 혈족이었던 사람 사이의 결혼, 6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의 결혼, 6촌 이내 양부모계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의 결혼 등이다.

이혼한 민주 역시 전 시누이의 옛 애인이자 전 시이모의 조카인 석진과 위의 어떠한 관계에도 해당되지 않으므로 결혼할 수 있다.

3. '아내의 유혹'(SBS)에서 남주인공 정교빈(변우민)은 전처 구은재(장서희)의 친구 신애리(김서형)와 결혼한 상태인데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살아 돌아왔다. 그렇다면 현재 처와의 결혼은 어떻게 되는 걸까?

A3. 구은재는 타인의 시신을 자신의 시신으로 오해받아 사망신고가 된 상태였다. 부부 중 한 쪽이 사망한 경우 생존 배우자가 재혼하면 인척관계가 소멸된다는 민법 775조의 2항에 따라 정교빈-구은재의 혼인 관계도 사라진다.

만약 사망 사고를 공적으로 목격한 사람이 없었거나 모두가 인정하는 재난이 아니라면, 일반 실종 선고에 의해 혼인 관계가 소멸된다. '일반 실종 선고'는 실종 신고 후 5년이 지나야 하고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이후 살아 돌아왔다면 실종 선고나 사망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

민법은 실종선고 취소는 그 이전에 선의로 했던 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 29조 1항 단서). 즉, 실종선고나 사망선고를 취소하기 전에 재혼했더라도 재혼 커플의 양쪽 모두 선의(재혼 시점에 실종자의 생존을 모르고 있던 상태)의 의도였다면 재혼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재혼 당사자 양쪽 모두 또는 한쪽이 악의(즉, 실종자의 생존을 알고 있던 상태) 였다고 해도 재혼이 당연히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에는 전혼(前婚)이 부활해 이중결혼 상태가 된다. 따라서 전혼에는 이혼의 원인이 생기고 후혼(後婚)은 취소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법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알아서 한 쪽의 혼인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Q4: '꽃보다 남자'(KBS2)에서 미성년자 커플인 고등학생 금잔디(구혜선)와 구준표(이민호) 는 결혼 할 수 있을까?

A4: 2007년 12월 21일부터 남녀 모두 만 18세에 이르면 부모 등의 동의를 얻어 결혼할 수 있다(민법 제807조, 민법 제808조). 2007년 민법 일부 개정 이전에는 남자 만 18세, 여자 만 16세가 되어야 결혼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혼인적령의 남녀차별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헌법상 정당화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2007년 혼인 연령이 남녀 차별없이 만 18세로 조정되었다.

미성년자도 만 18세가 되면 부모 등의 동의를 얻어 결혼할 수 있으므로 고등학교 2, 3학년인 금잔디와 구준표의 나이가 만18세이고 부모의 동의가 있다면 결혼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초등학교 입학연령은 만 6세이고 검정고시를 치르거나 월반, 재수를 하지 않았다면 고등학교 2학년은 만 17세, 3학년은 만 18세인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므로 구준표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만 17세일 가능성이 높은 금잔디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결혼할 수 있다. 물론, 성년이 될 때까지 잘 사귀고 있다면 부모 동의 없이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다.

도움말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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