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진짜 청춘’ 봄·여름·가을·겨울

  • 입력 2008년 9월 27일 08시 14분


“20년 음악하며 산 것 ‘神의 선물’, 생계위한 밤무대도 축복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을 만나 20주년 기념앨범을 위해 12명을 인터뷰를 했듯이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질문에 망설였다.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진(왼쪽)과 전태관은 1982년 정원영의 유학 송별파티에서 인연을 맺은 후 27년째 함께 활동하고 있다. 86년 ‘김수철과 작은 거인’을 거쳐 같은 해 7월 김현식의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활동했다. 88년 1집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로 1집을 발표했지만 이후 유재하, 장기호, 박성식 등이 팀을 떠나 잠시 공백기를 갖은 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세션에 참가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전태관은 “매일 봤는데 솔직히 궁금한 게 없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웃어보였다. 김종진도 “과거에 대한 거는 질문할 게 없지만 미래에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가족을 몇 년 정도 챙겨줄 것 같냐’는 것 정도를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 전태관)이 다양한 삶을 사는 12명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녹인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아름답다, 아름다워!’를 발표했다.[사진제공=마스터플랜]

“사실 가슴에 확 와 닿지는 않아요. 음악을 하면 누구나 20년 정도는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김종진)”

20년을 오롯이 ‘가수’ 외길만 걸었던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 전태관)의 소감이다. 인터뷰 내내 20년이 특별할 것 없다는 듯 담담하게 말을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갔어요. 10년은 엄청 천천히 간 것 같았는데 10년은 왜 이렇게 빨리 갔지?(전태권)”라며 웃었다. 웃는 눈가에는 세월의 흔적이 보였고, 주름 잡힌 얼굴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아름답다, 아름다워!’를 발표했다. 앨범은 예전에 비해 한결 편안해진 음악으로 꼭꼭 채워져 있다. 새로 시도한 어쿠스틱 기타와 클래식 악기의 만남은 변화를 좋아하는 봄여름가을겨울다웠다.

“클래식을 접목한 건 해보고 싶은 시도였어요. 나이가 들면 만토바니 오케스트라나 팝스오케스트라처럼 ‘봄여름가을겨울 오케스트라’ 같은 걸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요.(김종진)”

한결 편안해진 음악에 대해서는 ‘세월이 농익어 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무대 위에서 영원한 ‘청춘’이지만 조명이 꺼진 무대 뒤에서는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젊었을 때는 패기가 넘치고 연주도 화려함을 추구했는데 20년이 지나니까 편하지만 그 안에서 강한 어떤 걸 찾게 되더라고요. 사람은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전태관).”

● 다양한 계층 12명 인터뷰, 삶을 음악에 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도 자신들이 변한 모습 중 하나라고 했다. 이번 앨범을 위해 교수, 사업가, 매니저, 주부, 건달, 친구, 요리사 등 모두 12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그걸 또 다시 음악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봄여름가을은 오히려 “에너지를 얻었다”고 만족해했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사연을 듣긴 했지만 그건 3자가 되서 누군가에게 던져주는 얘기일 뿐이었잖아요. 이번 앨범을 위해 한 인터뷰는 내용을 ‘우리’라는 필터를 거친 거예요. 안에 품어서 내놓은 노래여서 그런지 애정도 남달라요(전태관).”

이들은 새 시도 덕분에 퍽퍽해진 세상에 숨겨진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어떤 친구를 인터뷰하는데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한 광장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 좋아하던 여자를 닮은 사람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우리가 너무 메말라 있었구나’ 싶더라고요.(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은 여러 사람들에게 받은 에너지를 모두 앨범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앨범을 제작하고, 2주면 활동 여부를 결정해버리는 스피디한 가요계에 보란 듯이 ‘노력형 앨범’을 내놓았다.

“요즘은 주객전도가 됐어요. 음악을 하는 건 운명이에요. 음악의 용도는 남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위로하기 위한 건데, 빌딩 사고 싶어 훌떡 벗고 화보집 찍어대고 그게 뭐예요. 가수는 아무나 할 수 없어요. 절대자가 내려준 재능에 감사하고, 목이 아파도 목이 찢어져라 불러야죠. 생계를 위해 밤무대에서 기타를 치더라도 고마워해야 해요. 노래 덕분에 추가적으로 부와 명성은 획득할 수 있으면 좋은 거지 그게 궁극적인 목표가 되선 안돼요.(김종진)”

이들은 음악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냐는 질문에 “두 달만 먹고 놀면 그런 생각 안 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들은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사니까 스트레스 풀리고 좋겠네요’라고 하지만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늘 스트레스예요. 그래도 두 달만 먹고 놀면 힘들어져요. 빈둥거리면서 인생을 살 순 없잖아요.(전태권)”

음악을 하는 게 운명이라는 봄여름가을겨울. 이들은 이번 앨범이 20년이 지나도 듣고 싶은 음반이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두 사람은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에서 100대 명반에 저희 1∼2집이 들어갔는데 이번 앨범이 1집과 2집 중 한 개를 빼고 그 자리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슬쩍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자 전태관은 “1, 2집과 더불어 올라가면 좋고”라며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제공=마스터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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