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가 추진 중인 가장 놀라운 프로젝트는 사막 한복판에 짓고 있는 슬로프 길이가 400m에 이르는 스키장. 그러나 공사현장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하루 24시간 공사에 12시간 교대 근무, ‘노동자 수용소’라 불리는 숙소에서는 방 하나를 17명이 쓴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조식은 새벽 4시에 배급된다.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이국땅에 온 노동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약속 받은 것과는 다른 현실이었다. 도착과 동시에 여권은 압수당했고 새로운 고용계약에 서명할 것을 강요받았다. 고국에서 체결한 계약서엔 최저 임금과 주 1일 휴무, 사고시 치료비까지 보장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현지에 도착하자 새 계약서를 써야 했다. 일하다 다쳐도 회사가 책임을 안 지며 죽은 사람의 운구 비용도 회사 부담이 아니다. 제작진이 두바이를 떠난 후 보름 동안, 세 명의 근로자가 숙소에서 자살했고 20여 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200명의 아시아 노동자들은 부푼 꿈을 안고 두바이에 도착했다. 제작진은 화려한 야경에 어두운 이면을 감추고 있는 두바이를 고발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