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禁이 뚫렸다… 케이블 유료채널 토요일 오전에도 버젓이 방송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12일 오전 11시. 달콤한 토요일 늦잠을 즐기다 거실로 나온 이동훈(30·회사원) 씨는 TV를 틀었다가 들고 있던 커피를 쏟을 뻔했다.

남자의 거친 호흡과 여자의 교성. 케이블TV 영화채널에서 벌거벗은 두 남자 사이에 누운 채 몸을 비틀며 신음하는 여성의 나신이 비치고 있었다. 이 씨는 “푹 자고 일어나 상쾌했던 기분이 싹 달아났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케이블TV 채널들이 시청률 경쟁의 전면에 선정적 프로그램을 앞세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심야에 방영하던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이 낮에도 버젓이 재방영되고 있다.

이 씨를 놀라게 한 프로그램은 케이블 유료영화채널 캐치온의 ‘캘리포니케이션’. ‘캘리포니아’와 ‘포니케이션(fornication·간통)’을 조합한 제목이 말해 주듯 바람둥이 중년 남성의 좌충우돌 성생활을 그린 성인물이다.

‘X파일’의 스타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주연한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 재미있고 독창적인 내용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지나친 노출과 섹스 장면으로 비판을 받았다. 아슬아슬한 노출이나 남녀의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 드라마 곳곳에 삽입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방영 시간이다. 캐치온은 지난해 말부터 매주 월 화요일 오전 10시에 이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다. 토요일 오전 10시 반에는 재방송을 한다.

캐치온이 이 드라마를 오전에 편성할 수 있는 것은 현행 방송심의규정의 허점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청소년보호시간대인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는 ‘19세 미만 관람불가’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없다. 보호시간대는 공휴일과 초중고교 방학기간에는 오전 10시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캐치온 같은 유료채널에는 공휴일이나 방학 시간과 상관없이 오후 6시부터 이 규정이 적용된다. 캐치온 관계자는 “유료채널이므로 심의규정에 저촉되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도 “유료채널은 보통 잠금장치가 되기 때문에 청소년이 이런 프로그램을 접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주부 서은주(33) 씨는 “케이블TV를 신청해야 지상파를 볼 수 있는 일부 아파트에는 프로그램 잠금장치 같은 게 없다”며 “방학 중인 아이들만 놔두고 엄마들이 외출하기 쉬운 시간에 이런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잠금장치를 거론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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