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이 각본을 쓰고 감독, 출연한 ‘스쿠프’는 쉽고 유쾌하다. 더듬거리는 말투의 우디 앨런과 이를 구박하는 스칼릿 조핸슨의 티격태격 스크루볼 코미디(입담 좋은 남녀가 재치 있는 대사를 주고받는 코미디)를 중심으로 로맨스와 미스터리 스릴러가 뒤섞였지만 각 장르가 나름의 생명력을 잃지 않으면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두 번의 반전이 있지만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제목(우리말로 ‘특종’)에 맞게 진실을 밝혀 가는 과정에 따라 진행되며 그 주체는 바뀌어 간다. 기자 조는 특종 때문에 저승으로 가는 배 안에서 다시 돌아오고 열정적이던 샌드라는 특종과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의도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투덜대던 시드니는 결국 결정적인 역할을 해 낸다.
제작비 40억 원도 안 되는, 미국에선 초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두 톱스타의 존재감이 빛난다. 21세기 메릴린 먼로 같은 외모의 스칼릿 조핸슨은 동그란 안경에 머리 질끈 묶고 똘망똘망한 기자 지망생 역을 귀엽게 소화했고, ‘엑스맨’의 휴 잭맨은 뼛속까지 귀족인 듯한 완벽남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은 “전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근데 크면서 나르시시즘으로 개종했어요”라며 엉뚱한 말장난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귀여운 할아버지 우디 앨런이다. 2월 1일 개봉, 12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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