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영화/25일]‘라간’ 외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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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간’
◆라간〈KBS1 11:40〉

영화를 보기 전에 한 가지 사실을 ‘유의’하자. ‘라간’은 인도 영화라는 점. 할리우드에 빗댄 ‘볼리우드(Bollywood)’라는 별칭이 암시하듯 인도는 지상에 남은 몇 안 되는 영화 천국이다.

그렇다면 왜 ‘유의’라는 말을 쓴 것일까? 까닭은 인도 영화가 우리의 관점으로는 생경한 영화 문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과 연관 있다. 대개 인도 영화는 4시간가량의 러닝 타임으로 구성된다. ‘라간’도 예외가 아니다. 정작 문제는 224분이라는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라간’이 지루하기는커녕 너무 흥미진진하다는 점.

‘라간’을 즐기는 첫 번째 키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안무가 곁들여진 노래 장면에 있다. 대부분의 인도 영화처럼 ‘라간’은 뮤지컬 스타일의 군무로 호소한다. 특히 비가 오기를 기원하면서 마을 사람이 모두 어우러져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은 가히 대형 뮤지컬을 방불케 한다.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라면, 식민지 정부의 가혹한 이중 수탈 구조에 대한 저항을 크리켓 경기 대결로 긴장감 있게 녹여 낸 스토리 라인이다. 이는 영주와 식민 통치자에게 바치는 세금인 ‘라간’이 제목인 것과도 통한다. 한국 영화 ‘YMCA 야구단’과도 비교되는 크리켓 경기 장면은 실제 경기만큼이나 긴장감 있게 조형되어 있다. 즉, ‘라간’은 카스트 제도, 신체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한 편견의 거부 등 만만치 않은 소재들을 크리켓이라는 스포츠로 융해해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춤추는 무뚜’ 이후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했던 인도 영화인 만큼 색다른 영화에 갈증을 느끼는 시청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원제 ‘Lagaan: Once Upon a Time in India’(2001년). ★★★★

◆사막의 뱀파이어〈SBS 밤 1:05〉

아침 해가 뜨는 게 이토록 반가울 때가 있을까? 뱀파이어 영화에서처럼 말이다. ‘사막의 뱀파이어’는 MTV 스타일의 뮤직비디오풍으로 찍어 낸 청춘 호러물. 어찌 보면 그 유명한 뱀파이어 영화인 ‘황혼에서 새벽까지’나 ‘슬레이어’와 비슷해 보이지만 리드미컬한 카메라 앵글과 헤비메탈 음악의 감각성에서 차별화된다. 공포 영화의 은근한 섹시함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권한다. 원제 ‘The Forsaken’(2001년). ★★★

강유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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