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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0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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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여자 나이 스물아홉은 무엇을 의미할까? 적어도 내게 스물아홉은 해답 없이 연쇄적으로 이어진 복잡한 질문의 시기로 기억된다. 결혼을 해야 하나 아니면 일에 좀 더 매진해야 하나, 일을 한다면 성공을 거두긴 할까와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잡한 자기 검열 말이다. 이 영화의 나난(장진영)도 같은 통증을 호소한다.
직장생활이나 상사 죄다 지긋지긋하지만 사표 낼 용기는 없고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이 떠나자 세상이 다 끝난 듯 암울해지는 스물아홉 살 나난. ‘싱글즈’는 서른의 문턱에 놓인 동갑내기들을 통해 그 또래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위기감과 갈등을 재치 있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20대 후반의 정체성을 다룬 심각한 영화일까? 전혀! 영화의 장점은 자칫 식상하거나 둔중할 수 있을 고민의 흔적을 산뜻한 시선과 경쾌한 리듬으로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개봉 당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들썩이며 춤을 추던 예고편은 영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색채와 질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야흐로 ‘싱글즈’는 미국 TV드라마 ‘앨리 맥빌’이나 ‘섹스 앤드 더 시티’를 통해 이미 충분히 훔쳐 본 세련된 도시 싱글의 삶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흔여섯 번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쿨’한 여자 동미, 결혼보다 일을 선택하는 나난, 가족처럼 다정한 남자친구 정준과 같은 캐릭터는 세련된 독신생활에 대해 관객들이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뜻밖에 생긴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르겠다는 동미의 선언은 현실을 작위적으로 선택해 이상화했다는 아쉬움을 낳는다. 2003년 작. ★★★(만점은 별 5개)
◆로미오 머스트 다이
‘리쎌 웨폰’에서 불명예스럽게 할리우드 데뷔를 했던 리롄제(李連杰)가 이번엔 자신만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 영화다. 갱스터 스타일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법한 이 영화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광고적 이미지로 화려하게 연출된 액션 신. 척추를 통해 뇌수부터 발끝까지 전달되는 충격의 가시화는 두고두고 이 영화를 기억하게끔 한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알리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매력이다. 원제 ‘Romeo must die’(2000년). ★★★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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