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레전드 오브 리타'…여성 테러리스트, 그도 희생자?

  • 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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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백두대간
사진제공 백두대간
기억상실증의 도움 없이, 자기 의지로 과거와 결별할 수 있을까. 영화 ‘레전드 오브 리타’(The Legends of Rita·사진)는 과거를 잊고 새출발을 하려는 한 여성 테러리스트의 비극적 삶을 통해 ‘이념의 폭력’을 고발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독일. 주인공 리타 폭트(비비아나 베글라우)는 서독내 테러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다 세상을 바꾸기엔 테러도 무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독 측은 그에게 다른 이름과 신분으로 동독에서 살라고 제시한다.

이념에 매몰돼 정작 자기의 삶을 돌아보지 못했던 리타는 직물공장 노동자 수잔나 슈미트, 캠프교사 사비나 발터로 거듭나면서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떠나간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서독은 수배중인 그를 넘겨줄 것을 요구한다.

테러리스트였던 그를 연민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리타 역시 이념에 의해 희생된 무력한 개인이기 때문이다. 1977년 ‘양철북’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은 리타의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고 냉정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감동을 더한다.

비비아나 베글라우(리타)와 나쟈 울(타티아냐)은 이 영화로 2000년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4월2일 개봉, 12세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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